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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축포 터뜨리기까지 LG 프런트의 좌충우돌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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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우승 못했으면 원통해서 죽을 뻔했어요." 남자프로농구 2024~2025시즌 챔피언결정전이 7차전 혈투 끝에 창원 LG의 창단 첫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코트 안 열전 못지않게 눈물겨웠던 LG 구단 사무국(프런트)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피말린 나날을 시작한 것은 3연승으로 3차전을 끝낸 뒤부터다. '확률 100%'의 우승 행사 준비에 착수했다. 때마침 4차전은 11일 창원 홈경기. 기념 모자-티셔츠를 비롯해 통천, 종이 꽃가루, 축포 등 각종 특수효과 장치를 설치한 뒤 리허설도 거쳐야 했다. 여기에 창원체육관 인근 '한국관'이란 음식점을 예약해 선수단 등 대규모 단체손님의 '우승 회식' 자리도 미리 잡아뒀다.

그런데 4차전에서 패하면서 '지옥문'이 열렸다. 우선 본의 아니게 '노쇼'를 하게 된 '한국관'에 양해를 구하는 게 급선무. 다행히 평소 구단이 단골로 찾는 곳이라 단체 예약 계약금도 받지 않았던 주인은 너그럽게 이해했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기 일정이 5차전 서울→6차전 창원→7차전 서울로 짜여진 가운데 마지막까지 가는 바람에 창원-서울을 왔다 갔다, 강행군을 피할 수 없었다. 4차전 패배를 곱씹을 겨를도 없이 5차전 우승 확정에 대비해 창원체육관 곳곳에 설치했던 특수효과 장치를 모두 수거해 트럭에 싣고 서울로 이동했다. 통천은 서울의 다른 업체를 찾아 같은 디자인으로 새로 제작해 현지에서 조달했다. 창원체육관 천장에 달아놓은 걸 수거해서 별도 용달 화물차를 동원하는 것보다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이었다.

5차전에서 또 패했다. 다시 그 많은 장치들을 싣고 창원으로 철수해야 했다. 서울 음식점에 단체회식 예약한 것도 취소하느라 또 고개를 숙였다. 창원과 달리 단골이 아니어서 계약금을 걸었는데, 5차전 관전을 왔던 구단 D-리그(2군) 선수들이 식사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두 차례 소동을 겪은 LG 프런트는 창원 6차전에서 끝내기를 학수고대했지만, 하늘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6차전도 패배, 똑같은 '헛수고'는 계속됐다. 음식점 '한국관'은 이골이 났는지, TV 중계로 6차전을 확인한 뒤 '야근' 대기하던 주방-홀서빙 직원들이 알아서 퇴근했단다.

결국 다시 상경한 7차전에서 눈물을 머금고 싸들고 다니기만 했던 축포를 쏘아올렸다. 그제서야 프런트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기분좋은' 눈물을 쏟아낼 수 있었다. 이런 소동을 겪는 동안 행사 준비 비용도 적잖이 추가됐다. 장치를 옮기느라 화물차 렌트비는 물론, 인건비 등을 포함해서 2000만원 가량 더 들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잠실학생체육관의 경우 대관 규정상 종이 꽃가루 대신 금속필름 재질의 꽃가루를 사용해야 해서 값이 7배 비싼 것으로 새로 구입해야 했다. 우승 행사때 터뜨리려고 했던 샴페인(50병)은 잠실학생체육관 측의 불허로 창원 창고에 쌓아둔 상태다.

구단 관계자는 "4차전 이후 몸 고생,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선수-감독의 고생에 비할 바가 되겠나. 창단 첫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모든 고충이 사라졌다"며 웃었다. LG 구단은 다음달 3일쯤 홈팬들과의 자축행사를 따로 마련해 아직도 쓸쓸히 매달려 있을 창원체육관의 통천을 비로소 펼쳐내리고, 샴페인도 마음껏 터뜨릴 예정이다. '한국관'에 대해서는 비시즌 기간 방문 횟수를 더 늘려 두 차례 '노쇼'를 갚아주기로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