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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갈 걸 그랬나…'160㎞ 강속구' 韓 최고 유망주는 어디에, 미국 직행 독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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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고교특급 우완으로 평가받던 심준석(21·마이애미 말린스)이 미국에서 좀처럼 자기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마이애미 산하 루키리그 FCL 말린스 소속인 심준석은 1일(이하 한국시각) FCL 메츠와 경기에 구원 등판했다. 팀이 5-1로 앞선 6회초 구원 등판해 1⅔이닝 무피안타 2볼넷 1사구 4탈삼진 2실점에 그쳤다. 팀은 7대5로 이겼으나 심준석은 승리 상황에서 팀의 좋은 흐름을 잇지 못했다.

결국 또 제구다. 심준석은 4사구 3개를 내주는 동시에 삼진 4개를 잡는 극과 극의 피칭을 했다.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에 제대로 맞는 타구는 없었다. 마운드 위에서 심준석 자신과 싸움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준석은 올해로 미국 도전 3년차가 됐다. 덕수고 시절 최고 구속 157㎞를 찍으면서 최고 유망주로 평가받았고, 2023년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가 유력했다. 당시 1순위 지명권을 보유한 한화 이글스는 당연히 심준석을 지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심준석은 미국 도전을 선택했다. 특급 유망주에게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는 달콤할 수밖에 없었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75만 달러(약 10억원)에 계약하며 꿈을 이뤘다.

한화는 심준석의 이탈로 서울고 에이스였던 김서현과 계약했다. 계약금은 5억원. 김서현 역시 특급 유망주로 분류됐던 투수고, 한화 입단 3년차인 올해 마무리투수로 성장했다. 39경기에서 1승, 20세이브, 1홀드, 38이닝,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하며 한화의 선두 질주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올스타 베스트12 팬투표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하는 등 리그 최고 인기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다.

심준석은 그사이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시간이 길어졌다. 올해 루키리그 성적은 9경기, 1세이브, 8⅔이닝, 평균자책점 8.31이다. 싱글A로 승격되기도 힘든 성적. 삼진이 12개인데 4사구가 17개다. 피안타율은 0.138. 영점만 잡히면 분명 위력적인 공인데, 제구가 흔들리니 어쩔 도리가 없다.

피츠버그가 심준석을 처음 데려갔을 때 미국 언론의 관심도 대단했다. 미국 주요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심준석을 코리안특급 박찬호와 비교했고, MLB.com은 2022년 10월 국제 아마추어 드래프트 랭킹에서 심준석을 10위에 올리기도 했다.

MLB.com 스카우팅 리포트는 '심준석은 파워 피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4가지 구종을 섞어 던질 줄 아는데, 직구는 100마일(약 160㎞)까지 찍을 수 있고 시속 90마일 중반까지는 편하게 던진다. 공에 회전을 잘 줄 줄 아는 투수고,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던진다. 더 강해진 슬라이더를 추가했는데 커브와 슬라이더 모두 매우 높은 회전수를 기록했다. 체인지업은 조금 더 꾸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심준석 영입을 이끈 스티브 샌더스 피츠버그 야구 부문 부사장은 "분명히 심준석의 공은 전율이 흐른다. 대단한 어깨를 지녔고, 또 건강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올해(2023년) 큰 걸음을 내딛길 바라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츠버그는 심준석의 투구 폼을 교정하면서 꽤 공을 들였지만, 2023년 루키리그 4경기에서 8이닝,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어깨 등 부상에 시간을 뺏겼다. 지난해 전반기 내내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가 7월에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됐다.

심준석은 한국에 남아 한화와 계약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본인도 알았을 텐데, 더 큰 꿈을 위해 어릴 때 고생하는 길을 택했다. 미국 직행이 독이 됐다는 말이 슬슬 나오는 시점. 여기서 흔들리지 않고 버텨 끝내 빛을 볼 수도 있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미래다. 심준석에게 인고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