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조성환 두산 베어스 감독대행의 '색깔'이 마운드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지난 6월 3일 갑작스럽게 두산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골든글러브 2루수' 출신 답게 내야진을 재빠르게 재정비했다. 젊은 선수들을 적극 기용해 선의의 경쟁을 유도했다. 양석환 강승호 박계범 등 익숙한 이름 대신 이유찬 오명진 박준순 등 신예들이 빠르게 내야를 차지했다. 전반기 마지막부터 3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하며 희망을 쐈다.
이제 조성환 감독대행의 시선은 마운드로 향했다.
20일 인천 SSG전 마운드 운용에 조 감독대행의 철학이 상징적으로 나타났다. 기본 속에 변칙이 돋보였다.
1-1로 맞선 8회말, 마무리 김택연이 등판했다. 두산이 9회초 2-1 리드를 잡았다. 9회말은 필승조 박치국이 나와서 승리를 지켰다.
마무리투수가 김택연에서 박치국으로 바뀌었나 의문이 드는 순간. 김택연이 전반기 마지막 등판서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여기에 박치국은 올해 두산 불펜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성환 감독대행의 설명은 달랐다.
조 감독대행은 8회말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봤다. "동점 상황으로 8회에 들어가면 김택연으로 가기로 정해놨었다. 상대 대타 타이밍이었다. 8회 김택연 9회 박치국이 그날만큼은 우리한테 더 맞았다고 생각한다. 김택연을 더 중요한 상황에 먼저 내려고 했던 것 뿐 마무리를 변경하겠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8회에 우리가 앞서고 있었다면 순리대로 그냥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8회말 SSG는 9번타자부터 시작이었다. 조성환 대행 예상대로 대타가 나왔다. 대타 이후 1번 최지훈 2번 에레디아 3번 최정으로 이어지는 까다로운 타순이다. 박치국을 먼저 올렸다가 주자가 한 두 명이라도 쌓이면 어차피 김택연을 조기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승리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중요한 위기 타이밍이라 김택연을 먼저 쓴 것 뿐이다
조성환 대행은 후반기에 돌입하며 불펜을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피로도가 덜한 선수들 위주로 기용하려고 한다. 필승조, 추격조, 마무리 개념을 지키면서 건강한 선수를 우선적으로 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이런 맥락에서 김택연을 9회에 바꾼 선택도 눈여겨 봐야 한다. 마무리가 8회에 나오면 9회까지 2이닝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9회에 동점일 때 나온 마무리가 10회까지 던지는 장면은 제법 흔하다. 김택연을 8회에 쓰고 9회에 점수가 났기 때문에 9회말까지 김택연에게 맡겨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성환 대행은 칼 같이 박치국을 올렸다. 고명준 안상현 정준재를 박치국이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박치국을 상대로 고명준이 4타수 1안타, 안상현 정준재는 안타가 없었다. 데이터를 적극 참고해 김택연을 무리시키지 않았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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