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증시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다 3,100대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한미관세협상 타결 기대감에 주초 3,200 고지를 탈환한데 이어 장중 한때 3,280선까지 넘어섰지만,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세제개편안 발표 충격에 투자심리가 무너졌다.
금주도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은 '10억원 대주주 기준 상향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여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1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76.64포인트(-2.40%) 내린 3,119.41로 한주 거래를 마감했다.
이틀전인 지난달 30일 코스피는 3,254.47까지 상승해 2021년 8월 9일(3,260.42)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미 무역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31일에는 장중 한때 3,288.26까지 올라 연고점을 또다시 경신했으나 곧 하락세로 돌아섰고, 이튿날에는 하루 사이 무려 126.03포인트(3.88%) 급락하며 7월 한달간 쌓아온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했다.
이날 하락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발표한 상호관세가 발효된 충격에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4월 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전날 장 마감후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한다는 등 내용이 담긴 것이 대규모 매도를 유발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한국의 압도적 낙폭은 대내 이슈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세제개편안이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제약을 넘지 못하면서 실망매물 출회를 유발했다"고 짚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상법 개정이 사실상 후퇴하면서 정책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던 종목들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실망 매물이 대거 출회됐다. 이에 더해 미국의 대외관세 부과 본격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약화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강화했다"고 말했다.
5월부터 순매수를 이어오고 있는 외국인은 지난주(7월 28일∼8월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천531억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일자별로 보면 외국인은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4일 연속 2조원 가량을 순매수하다가 이달 1일 하루 만에 6천563억원을 순매도하며 '팔자'로 돌아섰다.
그 충격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가 6만8천900원까지 내려 '7만전자'를 내줬고, SK하이닉스도 급락해 26만원선 아래로 고꾸라졌다. 세제개편 기대로 상승세를 보였던 금융주 등도 일제히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은 9천560억원을, 기관은 8천778억원을 순매도했다.
업종별로는 증권(-10.27%), 금속(-8.08%), 금융(-7.63%), 보험(-7.32%), 전기/가스(-6.43%), 화학(-6.35%), 유통(-5.40%) 등이 내렸고 운송장비/부품(1.89%), 비금속(1.75%), 전기/전자(1.72%)는 올랐다.
코스닥 지수는 전주보다 34.16포인트(4.23%) 내린 772.79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8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달 14일 이후 14거래일 만이다.
한주간 개인이 3천581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612억원을, 기관은 2천588억원을 순매도했다.
금주 코스피는 국내외 정책 상황을 주시하면서 방향성을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워낙 많이 올랐던 만큼 한번 눌러주는 형태의 숨 고르기 조정이 나타날 때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민·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제지표 결과에 따른 등락이 이어지면서 숨 고르기가 예상된다"면서 "현재 코스피는 단기 오버슈팅 영역에 위치한 만큼 작은 트리거에도 매물소화·과열해소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분기 실적시즌도 진행 중인 만큼 그동안 기대감에 급등했거나 우려로 낙폭이 과대했던 업종의 실적을 확인하며 키맞추기와 순환매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면서 "조선, 기계, 방산, 미디어/엔터 등 이익 모멘텀 견고한 주도주는 단기상승 부담이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과열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변동성을 활용한 매집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뚜렷한 모멘텀도, 뚜렷한 위험도 부재하다. 가격부담에 직면한 주식시장의 강세 흐름을 이어갈 호재가 부족하다"면서 이번 한 달은 과열을 식히는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금주에는 5일 발표될 중국 차이신 서비스업 지수에 이어 7일 수출입 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는 등 주요국 경제지표 결과가 주목되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최근 한국 증시의 상승세를 견인해 온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향과 정부·여당의 세제개편안 재검토 움직임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코스피5000특위와 조세정상화특위를 중심으로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살피겠다"며 "당정 간 긴밀한 협의로 투자자 불신 해소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회 통과까지 진통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주는 상법 개정안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세발 변동성 노출이) 길어질수록 증시 활성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의 진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정부에서도 시장 반응, 투자자 의견을 수렴해가면서 과세 리스크를 완화하는 쪽으로 바꿔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4일 미국 6월 제조업 수주, 미국 6월 내구재 수주
▲ 5일 한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 미국 6월 무역수지, 미국 6월 수입, 미국 6월 수출, 미국 7월 ISM비제조업지수, 유로존 6월 생산자물가, 7월 차이신 서비스업 PMI
▲ 6일 한국 (금리) 지급준비일, 유로존 6월 소매판매
▲ 7일 한국 6월 경상수지, 미국 6월 도매판매, 미국 신규실업보험청구자수(SA), 중국 7월 무역수지
▲ 8일 미국 6월 소비자신용, 미국 6월 소비자신용, 일본 6월 경상수지
▲ 9일 중국 7월 생산자물가, 중국 7월 소비자물가증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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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