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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100일] ④ 쉽지않은 비핵화 추진…북중러 밀착에 한반도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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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취임한 이재명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에 착수했다.
그러나 남북 대화와 비핵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북한의 태도, 점점 어려워지는 국제정치 환경 속에서 아직은 가시적 진전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대북 전단 규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 남북 경색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대북 전단과 확성기에 제동을 걸며 긴장 완화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측 체제를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9·19 군사합의 복원 의사까지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싸늘했다. 대남 소음 방송을 멈추는 등 남측의 조치에 일부 호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윤석열 정부 시기 수립한 적대적 대남 기조에서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7월 28일 담화에서 "한국에 대한 우리 국가의 대적인식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으며 조한(남북)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역사의 시계초침은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못 박았다.
남북관계 회복과 함께 '동결-감축-비핵화'의 3단계 해법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구상도 북한은 전면 거부하고 있다.
"국위이고 국체인 핵을 영원히 내려놓지 않으려는 우리의 입장은 절대 불변"(지난달 27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이라며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는 나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위한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를 추동하려 하고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제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동결'이라도 해서 북한의 핵 능력 증강을 멈춰 세우는 것이 시급하지만, 북미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은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전에 따른 미러 대립 속에서 중국, 러시아를 한층 든든한 우군으로 삼는 모습이다.
이 모습은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톈안먼 망루에 올라 탈냉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노골적인 북중러 연대 장면을 연출했고, 북중·북러 정상회담을 열어 협력 심화 방안을 논의했다.
국제사회 진영 대립으로 생겨난 지정학적 '틈새 공간'을 이용해 북한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북한이 중국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국제 무대에 적극적으로 등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앞으로 기회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달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도 이례적으로 외무성 부상급 고위 인사를 연설자로 참석시키려는 조짐이다. 또 내년 초로 예상되는 북한의 9차 당대회는 굵직한 정책 노선을 재정립하고 대외에 천명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생겨나는 '유동성'을 정부가 활용해 대화 모멘텀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미중 정상이 모두 참석 대상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정상외교의 장이 될 수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의 9차 당대회, 최근 북중·북러 정상회담 등을 거론하며 "이걸 배경으로 북한이 다시 북미대화, 남북관계 유연화로 나올지 아니면 북중러 연대 방향으로 질주할지 면밀하게 관찰해 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어떻게 활동하고 움직이느냐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imhyoj@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