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강경파 반발 속 협의 결렬 선언…국힘 "잉크 마르기 전 뒤집기" 반발
與 특검법 원안 처리 방침에 국힘 '필리버스터 카드'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김유아 안정훈 기자 = 3대 특검법 수정안이 여야가 합의한 지 하루 만인 11일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강경파 중심으로 쏟아진 반발에 합의를 무르고 '더 센' 특검법을 원안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국민의힘은 특검법 수정안과 함께 합의한 금융감독위원회 설치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여당의 특검법 강행 처리 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카드도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이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가 했지만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 국면 속 거친 설전에 특검법 대립이 이어지며 정국이 급격히 경색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날 3대 특검법 수정안 폐기를 공식화했다.
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취재진에게 "어제 국민의힘과 했던 특검 협상은 최종 결렬된 것으로 보면 된다"며 "다시 국민의힘에 협상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서 최종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법 개정안은 원안대로 처리한다"고 덧붙였다.
양당 원내 지도부는 전날 민주당이 추진한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해 수사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고 인력 증원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내란당과 합의했다'는 민주당 강경파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청래 대표도 기간 연장이 빠진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정 대표는 기자들에게 "어제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도 달랐다"며 "특검법 개정안은 핵심 중 핵심이 기간 연장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연장 안 하는 쪽으로 협상한 건 특검법의 원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전날 합의 내용을 보고받고 화를 내며 협상안을 파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합의 파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언론 앞에서 공식 발표한 내용을 단 몇 시간 만에 뒤집었다며 여론전을 폈다.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에게 전날 밤 민주당으로부터 '합의 파기'를 통보받았다며 "합의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뒤집히기 시작한다면 원내대표와 원내수석의 존재가치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민주당의 특검법 원안 강행 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날 본회의에 특검법이 상정되면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합의가 파기된 만큼 금감위 설치법 협조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 원내수석은 "(금감위 설치법을 다룰) 정무위원회에서 적극 협조하는 부분조차도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검법 원안에 대한 여야 간극이 큰 만큼 추가 협상 없이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범여권 정당과 함께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후 12일부터 차례대로 3개 특검법안을 처리할 전망이다.
방송 3법과 노란봉투법, '더 센' 상법 처리 과정에서 보인 필리버스터 대치 정국이 재현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서 합의한 민생경제협의체 가동 등 협치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의 첫 정기국회에서 정국 주도권을 틀어쥐려는 여야 간 신경전은 입법 대립을 넘어 국정감사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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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