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국 가치, 타협대상 아냐"…사법부 향해서도 고강도 메시지
檢개혁엔 '정부 주도' 힘 실으며 온건론까지 고려…언론개혁도 세밀한 접근 주문
만만찮은 외교 현실 인정하면서도 "국익 반하는 결정 없다" 원칙 강조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설승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칙의 후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개혁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정책의 합목적성을 해치지 않는다면 유연하게 각론에 접근하겠다는 실용적인 태도도 동시에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의 회견에서 12·3 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 수사·재판 문제와 관련해 '원칙론'을 어느 때보다도 강조했다.
여야가 전날 더불어민주당의 3대 특검법 개정안을 두고 주고받기 식의 수정 합의를 했던 것과 관련해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당위와 어떻게 맞바꾸느냐"며 "민주공화국의 본질적 가치 아니냐. 그것을 어떻게 맞바꾸느냐. 그런 건 타협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여야 합의 파기로 대치 정국이 격화하고 정부조직법 개정이 늦어질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제가 참으면 된다. 정부조직법 좀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드는 '내란'을 종식하는 일은 여타의 이유로 한발 물러설 게 아니라고 강조한 셈이다.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이지만 아무리 협치가 좋더라도 타협의 여지가 없는 마지노선이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정면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독립이라는 것이 사법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한민국에는 권력 서열이 분명히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사법부를 거론하며 내놓은 메시지치고는 상당히 강도 높은 표현으로, 내란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이라는 대원칙 앞에서는 설령 사법부의 반발이 있더라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검찰·언론개혁 등 구체적 로드맵이 중요한 개혁 과제들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접근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개혁의 경우 수사·기소의 분리라는 대원칙을 정부조직법에 담기로 한 만큼, 향후 보완수사권 등 각론은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해 세밀한 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거나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전문가와 여야는 물론 검찰의 의견도 듣겠다고 말했다.
향후 후속 입법 논의를 여당이 아닌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검찰청 폐지에서 나아가 검찰의 보완수사권도 완전히 박탈해야 한다는 여당 내 강경파 주장에 치우치지 않고, 국가의 범죄대응 역량 저하를 우려하는 반대 의견까지 고려해 개혁의 각론을 다듬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와 관련해선 "언론만 타깃으로 하면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만들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러면서 언론중재법 개정이 아닌 방법으로 '악의적인' 가짜뉴스에만 엄격히 책임을 묻고 배상액은 늘리는 방안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세밀한 정책을 주문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안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기준 변경으로 인한 세수 영향은 크지 않은데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목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까지 굳이 50억원 기준을 10억원으로 강화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큰 의제도 아닌데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얘기하길래 (고집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며 "정책은 진리가 아니기에 그런 건 (협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외관계와 관련해선 녹록지 않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지켜야 할 원칙을 고수하며 차근차근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관계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북한이 냉랭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끊임없이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관계가 중요한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가 주도하겠다고 고집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얘기한 것"이라고 북미대화를 우선하는 실용주의적 태도를 드러냈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두고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고개가 수없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어떤 이면 합의도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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