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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내란재판부·특검 힘싣고 언중법·檢보완수사엔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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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온도차·당내 이견 엿보인 주요 개혁과제 놓고 의중 드러내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검찰개혁을 비롯해 그간 당정 간 시각차가 엿보인 주요 개혁과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중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내란특별재판부 도입과 특검 수사 연장 등은 여당 지도부에 힘을 실었고, 검찰개혁의 각론인 검찰 보완수사권 존폐 문제나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에는 세밀하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연 취임 100일 회견에서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 도입 문제에 대해 "위헌이라고 하던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 그렇게 논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으로, 사법부 구조는 사법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가장 최종적으로 강력히 존중돼야 할 것이 국민 주권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 도입은 정치권과 법조계가 주목하는 쟁점 현안이다. 야당이 '반헌법적 발상' 내지 '위헌'이라며 비판을 제기할 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일부 신중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특별재판부 도입에 대해 "윤석열이 삼권 분립 정신을 무시하고 계엄을 발동해 총칼을 들고 들어온 것과 똑같다"며 "법안이 통과돼도 대통령이 받을지도 의심스럽지만, 위헌 제청신청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일부 발언이 부적절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와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온 특별재판부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이날 직접 '위헌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당의 추진 동력을 한껏 배가해준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여야가 논의 중인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강경파의 손을 들어줬다.
이 개정안은 정부조직법과 함께 여야 원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갔다가 실타래가 꼬인 사안이었다.
전날 여당 원내지도부는 야당과 특검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으로 특검법 개정안에 합의했다가 강성 지지층의 비난에 직면했고, 정 대표는 합의를 깨기로 결정했다. 개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여당 원안대로 올라갔다.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여야와의 협치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내란 특검의 연장을 안 하는 조건으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기로 했다고 오늘도 좀 시끄럽더라"고 말을 꺼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은 해당 합의에 대해 "몰랐다", "저는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뒤 "정부조직법 개편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을 어떻게 맞바꾸나"라고 여당 지도부를 향한 질타의 목소리를 냈다.
원내지도부의 협상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의 정 대표의 표면적인 입장과 같은 취지의 발언으로, 정 대표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며 당내 혼란을 정리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이후의 후속 작업인 보완수사권 문제나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는 '치밀하면서도 신중한' 접근법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권 쟁점 등에 대해선 "구더기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며 치밀하고 전문적인 검토를 주문했다.
여권 내에선 보완수사권을 두고 폐지론과 존치론,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바꿔 남겨두자는 주장 등이 혼재해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보완수사권 문제에 성급히 결론내지 않고 토론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자칫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지면서 검찰 개혁의 취지가 퇴색하는 일이 없도록 보다 치밀한 접근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논의에 대해서도 "언론만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악의적인 가짜뉴스와 고의가 아닌 사안을 동렬상에 둔 여당 안에 대해서도 이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정부가 예고한 대로 강화할지에 대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7월 상장주식의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50억→10억원)을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을 내놓은 데 대해 '50억원 기준을 유지하자'는 당의 입장을 전폭 수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se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