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일본)=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개막을 앞두고 있는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팀이다.
지난 시즌 예상을 뒤엎고 6강에 올랐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언더독'으로 평가받았지만, 명승부를 펼쳤다. 1옵션 앤드류 니콜슨의 허리 부상 이탈로 전력의 타격까지 입었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시리즈를 5차전 혈투로 이끌었다. 끝내 패했지만, 가스공사의 투혼은 대단했다.
올 시즌 팀을 개편했다. 팀 공격을 이끈 니콜슨과 김낙현은 없다. 김국찬 최창진을 영입했고, 지난 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플레이오프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만콕 마티앙을 1옵션, 라건아를 2옵션으로 영입했다.
세트오펜스에서 공격 정확도와 공격력은 떨어졌지만, 끈적한 팀 컬러는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다. 가스공사의 돌풍을 이끈 강 혁 감독도 "물론 우리 팀의 약점은 있다. 하지만, 팀 컬러를 극대화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현 시점 팀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대표팀에서 맹활약, 이제 리그 최고 수비수가 된 정성우와 벨랑겔의 외곽 조화, 사실상 1.5옵션인 마티앙과 라건아의 효율적 활용법이 중요하다.
가스공사는 지난 10일 일본 고베에 위치한 글리온 아레나 고베 연습체육관에서 열린 일본 B리그2 강호 고베 스톡스와의 연습경기를 치렀다. 전지훈련 첫 실전이다.
여기에서 2가지 핵심요소에 대한 단초를 엿볼 수 있었다.
정성우는 확실히 수비력에 물이 올랐다. 1대1 수비와 팀 디펜스에서 위력적이면서도 여유로운 모습. 매우 빠른 일본 가드진을 상대로 3개의 스틸을 기록, 속공으로 연결시켰다.
벨랑겔 역시 공격 결정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좋은 모습이었다. 라건아, 마티앙과의 호흡도 좋았다. 공격에서는 스크린을 활용한 2대2, 거기에 따른 공격 옵션을 매끄럽게 활용했고, 수비에서도 2대2 수비 호흡은 상당히 좋았다. 강 감독은 "투 가드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 여기에 트랜지션을 가미하면 우리의 큰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핵심 변수는 김국찬이다. 현대모비스 시절 김국찬은 3&D 카드로 분류됐다. 볼 핸들링보다는 강력한 압박 수비와 정확한 3점포로 팀에 기여했다. 하지만, 가스공사에서는 역할 변화를 시도 중이다. 강 감독은 "김국찬은 다재다능한 선수다. 전지훈련에서 볼 핸들러 비중을 늘리고 활용법을 알아볼 것"이라고 했다.
정성우와 벨랑겔이 있지만, 가스공사는 다양한 공격 옵션이 필요하다. 김국찬의 좋은 활동력과 수비력은 수준급이다. 가스공사의 활동력을 배가시킨다. 수비력과 슈팅 능력을 겸비한 김국찬의 볼 핸들링 옵션까지 가미하면, 가스공사의 백코트는 더욱 까다로워진다.
외국인 선수 조합은 실험적이다. 국내에서 1.5+1.5 옵션을 가동, 성공한 사례가 많은 편은 아니다. 출전시간에 따른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다.
단, 마티앙은 팀 플레이에 능한 선수이고, 국내 무대에 복귀한 라건아 역시 더욱 성숙해졌다. 출전시간 갈등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두 선수의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마티앙이 단순한 공격루트의 약점과 강력한 골밑 지배력의 강점을 가진 선수라면, 라건아는 강력한 득점력과 반대로 골밑 높이에서는 손색이 있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가스공사의 올 시즌 모토 중 하나는 빠른 트랜지션에 의한 얼리 오펜스, 그리고 로테이션을 강력하게 돌린다는 점이다. 슈퍼스타가 없는 가스공사 입장에서는 전력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라건아와 마티앙 역시 빅맨으로서 잘 달린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체력적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출전시간을 고르게 분배할 필요가 있다.
마티앙이 나설 때 강력한 압박 수비로 상대를 공략하고, 라건아가 나설 때는 트랜지션을 통해서 공격력을 극대화한다. 고베 스톡스와의 평가전에서 이원화된 팀 컬러가 언뜻 언뜻 엿보였다.
단, 두 선수가 번갈아 나설 경우, 거기에 따른 효율적 조합이 필요하다. 가스공사의 일본 전지훈련은 최적의 조합을 찾는 과정이다. 지난 고베와의 평가전에서 가스공사는 여전히 강력한 조직력과 정제된 움직임을 보였다. 가스공사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리그 최고의 다크호스로 변모할 수 있다. 고베(일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