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자브주서 3주 사이 68명 사망·4천곳 침수…이재민 210만명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최근 2개월 넘게 큰 홍수가 잇따른 파키스탄 동부 지역에서 구조 보트를 타고 마을을 빠져나온 사이마 후세인은 탈출 당시 본 소름 끼치는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그는 "구조대원들이 물에서 여성 시신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봤다"며 "아직 살아 있는 아기가 엄마 가슴에 매달려 있었다"고 기억했다.
후세인은 지금 자신의 갓난 아기에게 먹일 게 전혀 없다며 범람한 물이 빠져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다.
그는 "이틀째 아이에게 젖도 먹이지 못했다"며 "하느님이 우리는 구해주셨지만, 지금은 굶주림과 싸우고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12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시작된 몬순(monsoon) 우기에 계속 내린 폭우로 큰 홍수가 발생한 파키스탄 동부 지역에서 3주 사이에 60명 넘게 숨지는 등 피해가 급증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최근까지 동부 펀자브주에서만 68명이 숨지고 이재민 210만명이 발생했다.
홍수 피해를 본 펀자브주 마을은 지난달 말 2천300곳에서 현재 4천곳으로 늘었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피해 인원은 4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몬순 우기가 시작된 지난 6월 26일로 기간을 넓히면 파키스탄에서 폭우로 900명 넘게 숨지고 1천명 이상이 다쳤다.
홍수로 고립된 많은 이재민 가운데 돈을 주고 개인 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은 빠르게 탈출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작정 구조대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는 빌랄 아메드는 "사설 보트 주인에게 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마을을 떠났다"며 음식이 부족해 이재민들은 하루에 한 끼만 지원받아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파키스탄 기상청에 따르면 라비, 수틀레지,체나브 등 인도와 국경을 접한 펀자브주 3개 강 모두 수위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최근에는 또 내린 폭우로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 주도인 카라치 거리도 침수됐다.
파키스탄 당국은 불어난 강물이 이번 주 신드주로 유입될 거라고 경고한 바 있다.
구조대원들은 침수된 펀자브주 잘랄푸르 피르왈라 인근 마을에서 수천 명을 대피시키기 위해 지금도 시간과의 싸움을 벌인다고 AP는 전했다.
이재민을 대피시키던 구조 보트가 전복되는 사고도 잇따랐다.
최근 펀자브주에서는 20명을 태운 구조 보트가 빠른 물살에 균형을 잃고 뒤집어져 여성과 어린이 등 9명이 숨졌으며 지난 6일에도 잘랄푸르 피르왈라 인근 외곽에서 유사한 사고로 5명이 사망했다.
마리얌 나와즈 샤리프 펀자브주 총리는 잘랄푸르 피르왈라를 찾아 홍수로 가족과 집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사흘을 기다렸다가 구조보트에 올라탄 이재민 무함마드 아르샤드는 "홍수가 났을 때 나만 마을 밖에 있었다"며 "아내와 아이들이 아직 침수된 집에 갇혀 있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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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