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아무래도 경기를 뛰는 리더가 없어서 그 영향도 사실은 내가 봤을 때 분명 있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후반기 급작스럽게 찾아온 부진에 주장 전준우의 공백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인정했다. 롯데가 12연패에 빠진 기간이 공교롭게도 10승을 달성하고도 방출된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이 팀을 떠난 시기와 겹쳐 '데이비슨의 저주'라 불렀으나 전준우의 공백이 컸던 게 사실이다. 전준우 역시 그 시기에 햄스트링을 다치는 바람에 자리를 비웠고, 재활 과정에서 손목 통증까지 생겨 한달이 더 지난 지금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전준우는 더그아웃 리더인 동시에 롯데 공격의 핵심이다. 시즌 타율은 0.288(375타수 108안타)지만, 득점권 타율이 0.345에 이른다. 결정적일 때 영양가 높은 타격으로 팀 분위기를 이끄는 타자라는 뜻이다. 타점은 64개.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98타점)를 제외하면 전준우가 팀 내 2위다. 3위 윤동희는 46타점. 전준우가 한참 자리를 비웠는데도 3위와 20타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롯데 타격이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준우를 대신할 리더는 없었다. 롯데는 젊고 경험이 적은 야수들이 주축이 되는 팀이라 한번 분위기를 타면 무섭지만, 안 풀릴 때 혈을 뚫어주는 베테랑이 꼭 필요한 팀이기도 하다. 김민성, 정훈, 노진혁 등은 후배들을 이끌기에는 그라운드에 나설 시간이 적었고, 윤동희 나승엽 고승민 손호영 황성빈 등 이제는 리더가 돼야 할 선수들은 자기 것을 해내기 급급했다.
그 결과 한때는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등과 1위 경쟁을 펼쳤고, 후반기 초반까지도 여유 있는 3위였던 롯데는 현재 6위까지 내려앉았다. 5위 삼성 라이온즈와 1경기차에 불과해 5강 가시권이지만,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하다 한 달 사이 5강 도전팀이 됐으니 팬들의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1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아무래도 경기를 뛰는 리더가 없어서 그 영향도 사실은 내가 봤을 때 분명 있다. 중간 나이 정도에서 끌고 가야 하는 주전이 다 없고, 다 어린 애들이니까. 다른 고참들은 경기를 나갔다 안 나갔다 하면서 퍼포먼스가 나오질 않으니까"라고 전준우 공백의 영향을 인정한 뒤 "여러가지로 감독으로 쭉 몇 년 동안 야구하면서 안 좋아지는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건 감독이 다시 한번 생각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자신의 숙제를 짚었다.
전준우는 11일 처음으로 실외 배팅 훈련을 진행했다. 리더의 복귀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김 감독은 "오늘(11일) 처음 밖에서 쳤는데, 아직 (복귀 관련) 보고는 못 받았다. 며칠 더 쳐 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롯데는 이날 KIA를 4대3으로 꺾고 5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반등의 전환점은 마련했다. 롯데는 전준우와 함께 다시 비상하며 8년을 간절히 기다린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