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회사채 투자 매력이 부각되자 발행시장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 들어 수요예측에서 기업의 애초 목표금액을 뛰어넘는 뭉칫돈이 들어오며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고, 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 차이인 가산금리도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14일 금융투자협회 및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 통계에 따르면 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 차이를 뜻하는 크레디트 스프레드(가산금리)가 최근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AA- 등급 무보증 3년 회사채 금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값을 기준으로 가산금리는 지난 12일 47bp(1bp=0.01%포인트)까지 떨어져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앞서 8일에도 가산금리는 같은 수준까지 내려가는 등 이달 내내 연저점 부근에 있다.
연초 가산금리가 70bp에 가까웠다는 걸 감안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보다 리스크가 당연히 높기 때문에 통상 국고채 금리에 리스크를 감당하는 대가 성격의 '가산금리'를 더해서 회사채 발행금리를 결정한다. 따라서 가산금리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발행기업의 입지가 시장에서 우위임을 뜻한다.
최근 회사채 인기의 주된 원인은 금리 매력에 있다.
현재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안정적인 반면 고용지표가 부진하자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을 포함해 연내 세 차례까지도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때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경기부양도 시급한 과제인 만큼 부동산 시장 과열이 진정될 조짐이 보일 경우 다음달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시에 회사채 발행물량이 연말로 갈수록 점점 줄어들 것이란 점 역시 발행시장 강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달 회사채 만기 도래량은 약 5조5천200억원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10월은 4조2천100억원, 11월은 2조8천200억원, 12월은 1조8천700억원으로 점점 규모가 줄어들다가 내년 1월에야 10조8천600억원으로 급증하는 흐름을 보인다.
통상 11월 말부터는 북클로징(회계연도 장부 결산) 등으로 시장이 한산해지는 만큼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높고 발행시장이 활기를 띨 때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수요예측에서 기업들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4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돌아와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대한전선은 애초 2년물 300억원, 3년물 500억원 등 총 800억원의 자금을 목표로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이보다 11배 이상 많은 8천880억원이 들어왔다.
롯데쇼핑 역시 2년물 500억원, 3년물 1천억원으로 총 1천500억원 공모를 목표로 한 수요예측에 9천700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왔고, iM금융지주도 1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목표금액의 곱절 이상(2천16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그 밖에도 한화, 현대제철, GS에너지뿐 아니라 신용등급이 BBB+인 한진과 각각 해킹 사태와 그룹 내 잇단 인명사고라는 리스크가 있는 SK텔레콤과 포스코인터내셔널까지 줄줄이 목표금액의 몇 배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에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업황이 안 좋은 산업군의 기업은 투자를 배제하다 보니 안정적인 업황이나 신용등급의 기업이 등장할 때 많은 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ykba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