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반했다. 내 영혼은 즉시 빨려나갔다."(I'd fall for them. My soul sucked out immediately·인스타그램 이용자 'megy***')
한국전통문화센터 인스타그램(@k.heritage.airport)에 올라온 '인천공항 왕가의 산책 보이즈, 진짜 데몬 헌터스(Real Demon Hunters)' 영상에 달린 영어 댓글 중 하나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흥행과 함께 극중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의 인기도 폭발했다.
저승사자인 사자보이즈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가 열리는가 하면, 저승사자를 연상시킨다며 두 차례 철거됐던 조형물이 "사자보이즈 닮았다"며 재조명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유명인들의 사자보이즈 포즈·안무 챌린지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9일 유튜브와 네이버의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에는 사자보이즈의 천도재를 치르는 콘텐츠가 올라왔다. 천도재는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불교 의식이다.
이는 버추얼 유튜버 '불법스님'의 데뷔 영상으로, 법당을 배경으로 제사상이 차려졌다. 제사상 뒤편에는 사자보이즈 멤버들의 영정 사진까지 놓여 있어 진지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러한 화면을 두고 불법스님은 "듣자옵건대 생사의 길은 어두워 불촉을 의지해야 밝아지고…"라고 읊었다.
실시간 시청자 '캬캬***'는 "우리 오빠들 극락 가시길", '참지간***'은 "근데 이 사람들 마귀 밑에서 일하던 사람들 아님?", 'wng***'는 "사자보이즈 윤회해!"라고 댓글을 달며 콘텐츠를 즐겼다.
'불법스님'은 사자보이즈 천도재로 데뷔전을 치르면서 단숨에 인기 유튜버가 됐다.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노바크 조코비치도 사자보이즈 열풍에 가세했다.
그는 지난 2일(현지시간) US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준준결승을 통과한 뒤 '소다 팝'(Soda Pop) 안무를 세레머니로 선보였다.
'소다 팝'은 '케데헌'에서 사자보이즈가 춤추며 부르는 경쾌한 댄스곡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6위를 차지하며 1위인 '골든' 등과 함께 '케데헌' OST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당시 8번째 생일을 맞은 딸을 위해 춤을 연습했다고 밝힌 조코비치는 "딸이 이 춤을 가르쳐줬다"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소다 팝이 노래 제목"이라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소개했다.
사자보이즈 포즈 놀이도 유행하고 있다.
K팝 그룹 '엔하이픈', '제로베이스원', '아일릿' 등이 "혼문의 힘"(The powers of the honmoon)이라는 영어 코멘트에 맞춰 특유의 사자보이즈 포즈를 취한 영상을 줄줄이 올렸다.
혼문은 '케데헌'의 주인공인 걸그룹 헌트릭스의 노래가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 생겨나는 것으로, 세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당국도 숟가락을 얹었다.
지난달 11일 올라온 '인천공항 왕가의 산책 보이즈, 진짜 데몬 헌터스' 영상은 인천공항에서 조선 후기 왕실 근위병들이 사자보이즈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담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전통문화센터는 "진짜 조선시대 사자보이즈가 나타났다. 국가유산진흥원 '왕가의 산책' 왕과 무관들이 공항에서 전통의 혼문을 지키고 있다"는 재치있는 설명을 한글과 영어로 함께 올렸다.
'좋아요' 8만8천개가 달린 이 영상에는 "너무 좋다"(I love it), "놀랍고 너무 잘한다"(This is amazing and so well done), "볼수록 더 웃기다"(It gets funnier, the more you watch it) 등 영어 댓글이 달렸다.
'소다 팝' 안무 챌린지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7월 12일 가수 차은우는 팬 미팅에서 '소다 팝'에 맞춰 춤을 췄다. 짧은 길이의 영상임에도 현재 조회수가 850만 회를 넘어섰다.
배우 조정석이 영화 '좀비딸' 관객 수 300만 달성을 기념해 지난달 15일 올린 '소다 팝' 안무 영상은 조회수 1천900만회를 기록했다.
현재 소셜미디어(SNS)에서 '소다 팝 커버'(SODA POP COVER)를 검색하면 싱가포르, 태국, 스페인,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해외 팬들이 펼친 '소다 팝' 챌린지가 쏟아진다.
지난 9일 싱가포르 유튜브 댄스팀 'Z-Axis Dance Crew'가 올린 영상이 업로드 5일 만에 133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이들 커버 댄스 영상도 많게는 수백~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다.
인공지능(AI) '소다 팝'도 빠지지 않는다.
분홍색 체크 셔츠를 입은 고양이가 두 발로 서서 '소다 팝' 안무를 추는 AI 영상에는 "하다하다 이젠 고양이까지 나보다 잘 추네"·"시크한 표정, 정확한 동작! 괜히 멋있어 보이네요" 등 댓글이 달렸다.
사자보이즈가 쓰고 나오는 갓도 '대세'가 됐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자보이즈처럼 갓과 검은 도포 차림으로 경복궁 나들이에 나선 모습이 흔해졌고, SNS에는 외국인들이 갓을 직접 만들어보는 영상이 속속 올라온다.
'케데헌' 열풍은 과거 "흉물"이라며 철거됐던 조형물을 다시 소환하기도 했다.
2015년 세종시 국세청 앞에 세워졌던 금속 조형물 '흥겨운 우리가락'이 사자보이즈 인기를 타고 재조명되고 있다.
한 남성이 한복 차림에 갓을 쓰고 전통춤을 추는 형상으로, 우아한 춤사위에도 기괴하게 웃는 얼굴이 저승사자를 연상시킨다는 민원에 시달렸다. 결국 청사관리본부는 2019년 조형물을 청사 내부에 임시 보관하기로 했다.
그런데 '케데헌' 인기를 타고 최근 온라인에 이 조형물이 "사자보이즈와 닮았다"며 재설치 요구가 올라온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 12일 "'케데헌'을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조형물은 아니라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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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