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K리그에서 보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다."
'아시아의 삼손' 김주성의 감격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6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개최했다. 'K리그 명예의전당'은 한국 프로축구의 역사와 전통을 기리고, K리그 발전에 기여한 인물들의 공헌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23년 신설됐다. 선수, 지도자, 공헌자 3개 부문으로 운영되며, 매 2년마다 헌액자를 선정한다.
이번 '제2회 K리그 명예의전당' 헌액자로는 선수 부문에 김주성, 김병지, 故유상철, 데얀, 지도자 부문에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 공헌자 부문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3년 초대 명예의전당에서는 최순호, 홍명보, 신태용, 이동국, 김정남 전 감독, 故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헌액된 바 있다.
올해 헌액식에서는 새로운 헌액자들을 맞이하며 그들의 활약상과 업적을 기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헌액자들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축구인들이 무대에 올라 헌액자들의 공헌을 소개하며 추천사를 낭독했다. 헌액자들의 과거 활약상을 담은 영상도 상영됐다.
헌액자에게는 그들이 K리그에 남긴 업적을 기록한 헌액증서와 함께 명예의전당 헌액을 상징하는 트로피가 수여됐다. 트로피에는 명예의전당의 상징물이 각인된 순금 메달이 박혀 있어 헌액의 의미를 더했다.
김주성은 1987년 대우 로얄즈(현 부산)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해 화려한 기술과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야생마'라는 별명을 얻은 K리그 최고의 만능 선수였다. 김주성은 K리그 통산 255경기에서 35골 17도움을 기록했고,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등 세 개 포지션에서 모두 베스트일레븐에 선정된 K리그 최초의 선수다. 김주성은 1987년 데뷔 시즌 베스트일레븐 공격수 부문 수상에 이어, 1991년 미드필더 부문, 1996년, 1997년, 1999년에는 수비수 부문에서 베스트일레븐에 이름을 올리며 포지션을 넘나드는 전설이 됐다. 1997년 시즌 MVP에 올랐으며, 부산대우와 국가대표로의 활약으로 국내외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추천인으로 나선 수원FC 단장은 "이 시를 낭송하면 나와 김주성의 관계를 알 수 있을거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의 두번째다. '이름을 알고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2년 전에는 내가 수상하느라 밤을 설쳤는데, 이번에는 김주성을 소개하느라 잠을 설쳤다. 축구에 몸담았던 오랜 세월 동안 걸출한 선수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왔다. 그 중에서도 김주성 후배는 우리 축구사에서 다시 보기 힘든 최고의 공격수로 내 뇌리 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김주성의 존재를 처음 안 것은 프로 입단 전인 1985년 월드컵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의 평가전이었다. 그 경기서 내가 속한 월드컵 대표팀이 올림픽 대표팀에 졌는데, 그때 결승골을 김주성이 넣었다. 체격은 크지 않았지만, 센스와 지능을 보여줬다. 이어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돼 한국축구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김주성이라는 전설이 시작된 곳이 부산구덕운동장이었다. 훗날 김주성이 K리그에서 부산의 별이 될 것을 암시하는 징조였던 것 같다. 김주성은 1987년 프로에 입단해서도 신인왕, 포지션별 베스트11, MVP를 휩쓸었다. 김주성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때 보여주던 그 폭발적인 질주와 힘 있는 슈팅을 잊지 못한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야생마라는 별명이 참 잘 어울렸다. 김주성은 경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수려한 외모로 많은 여성팬들을 축구장으로 이끌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 김주성의 실력과 인기, K리그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이번 명예의 전당 선정은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무대에 오른 김주성은 "시상식을 많이 참석했지만, 오늘 같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적은 없었다. 그만큼 이번 헌액식은 다른 의미로 새 출발을 알리지 않나 싶다. 여기에 참석하신 분들이 K리그와 한국축구를 이끌어가는 주역들이다. 감사하다. 선수로 K리그에 몸담고 있던 시절들이, 오늘 헌액식에 참석하다보니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다. 이 헌액식이 K리그에 감동을 주고, 가치를 높이는 의미있는 행사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K리그는 감동과 스토리가 있는 리그로 성장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K리그에 있으며 많은 기억들이 있다. 즐거운 시기도 힘든 시기도 있었다. 어려운 시절을 동료들과 손을 맞잡고, 승부의 세계에 영광의 시기까지 이끈 것은 선후배, 동료들에 영광을 돌리고 싶다. 부산 로얄즈의 영광을 가져온 코칭스태프에 감사한다. K리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고 했다.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