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스포츠에서 기록은 많은 걸 말하지만, 모든 걸 말하진 않는다. '맨유 출신' FC서울 주장 제시 린가드의 스탯은 얼핏보면 나무랄 데 없어 보인다. '하나은행 K리그1 2025' 28경기에 출전해 7골-3도움을 기록하며 입단 첫 해인 2024시즌 기록(26경기 6골-3도움)을 뛰어넘었다. 현재 팀내 최다 득점,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을 보유했다. 올해부터 서울의 주장을 맡은 린가드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공격진의 한 자리를 꿰찼다. 현재 선발로 총 25번 뛰었고, 출전시간(2277분)은 포백 핵심 야잔(2823분), 김진수(2819분) 최준(2526분) 다음 네 번째로 많다. 16일 자신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데뷔전이었던 마치다 젤비아전에서 둑스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서울은 1대1로 비겼지만, 린가드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위력을 발휘한 크로스만큼은 빛났다. 린가드는 현재 K리그1 전체 키패스 순위 2위(45개), 슈팅수 2위(79개), 크로스 2위(42개), 공격지역 패스 2위(330개)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두 가지다. 린가드는 서울에서 이동경(김천)과 비슷한 역할을 맡는다고 볼 수 있지만, 공격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동경은 29경기에 출전해 10골-7도움을 기록하며 공격포인트 전체 1위를 달린다. 경기 최우수선수 9번, 주간 베스트11에 8번 뽑혔다. 흔히 말하는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와 같은 '피아노 연주자'의 역할에 충실하다. 반면 린가드는 경기 최우수선수 3번, 베스트11 4번 선정되는 데 그쳤다. 이동경만큼 압도적인 개인 기량을 뽐내진 못하고 있단 얘기다. 1대0 승리한 대전전에선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넣고 'MOM'으로 선정됐다.
게다가 린가드는 8월 이후 리그 4경기에 출전해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최근 '폼'이 떨어진 상태로 보여진다. 서울은 린가드가 선발 출전한 최근 4경기에서 1무3패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며 파이널 B그룹권인 7위로 떨어졌다. 수비가 와르르 무너져 경기당 평균 3골이 넘는 13골을 헌납했다. 오직 린가드를 최근 팀 부진의 원흉으로 지목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 있지만, 린가드가 누적경고 징계로 결장한 울산과의 27라운드에서 3대2 승리한 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여름 이적생' 안데르손이 울산전에서 이적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친 건 단순한 우연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파이널 서드 지역에서 공을 오래 소유하길 바라고 직접 마무리하기보단 찬스를 만드는 플레이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현재 린가드와 안데르손의 역할과 동선이 겹친다고 지적한다. 린가드가 뛰는 서울을 상대한 일부 팀은 '린가드가 뛸 때 상대하기가 더 편하다'라고 입을 모은다. 린가드가 압박과 수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다보니, 경기 중 '구멍'이 보인다는 것이다. 비슷한 레벨의 팀간의 대결에서 '작은 구멍'은 큰 차이를 만들곤 한다. 서울(승점 40)이 21일에 상대할 팀은 5위 광주(승점 41)다. 6강 운명을 가를 가능성이 있는 '6점짜리' 빅매치다. 그런 경기라면 더더욱 빈틈이 작을수록 좋다. 김기동 서울 감독이 '린가드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이날 경기의 핵심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