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운동을 해나가고 있다는 뿌듯함도 있다." "선수단 전원이 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2025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서울 스포츠클라이밍 & 파라클라이밍 세계선수권대회의 문이 열렸다. 20일 개막했고 28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과 한얼광장에서 열린다. 파라클라이밍, 볼더, 리드, 스피드 종목이 펼쳐진다.
특히 주목 받는 것은 파라클라이밍이다. 2028년 LA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처음 치르는 세계선수권이기 때문이다. 파라클라이밍에는 29개국에서 204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예선은 20일과 21일 진행됐다. 결선은 24일이다. 이번 대회는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열린 만큼 많은 사람이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주예서씨는 "원래 장애인 체육, 클라이밍에 관심이 있었다. 세계선수권이 열린다고 해서 우리 선수들은 누가 나오는지, 장애 등급은 어떻게 분류되는지 등을 찾아봤다. 접근성이 좋아서 예선을 모두 보러왔다. 결선도 보러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애-비장애 '경계'를 뛰어 넘어 다 함께 도전
IFSC는 2011년부터 장애인-비장애인 대회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당시엔 파리클라이밍에서 리드와 스피드, 두 종목이 개최됐다. 하지만 이후로는 리드만 열린다. 경계를 허물고 다 함께 '도전'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파라클라이밍을 선도하는 일부 국가에선 장애-비장애 선수들이 합동 훈련을 진행하기도 한다.
에밋 쿡슨 미국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미국 전역에 있다. 나는 훈련 계획 짜주고, 잘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있다. 선수들이 제대로 된 서포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미국에 트레이닝 센터가 있다. (장애-비장애) 동일 스태프진이 있다. 같은 벽에서 같이 훈련한다. 다만, 일부 선수에게는 조금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나는 파라클라이밍 총 감독으로 다른 종목 분들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대회 50여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LA패럴림픽 개최국인 만큼 미래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목표는 우리가 왜 미국이고, 왜 이렇게 가장 큰 팀을 보유하고 있고, 패럴림픽을 개최하게 됐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웃었다.
장애-비장애 클라이밍 강국으로 꼽히는 오스트리아도 선수단이 함께 훈련을 진행하곤 한다. 마르코 람브레흐트 오스트리아 대표팀 감독은 "오스트리아가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선수들도 오랜 시간 열심히 훈련했다. 세계선수권이 끝나면 스위스와 합동 훈련을 할 것이다. 스위스에서 훈련한 뒤 프랑스로 넘어가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라며 "대표 선수들이 오스트리아 내에서 사는 지역이 각기 다르다. 일단 각 지역에서 훈련한다. 큰 대회 전에는 다 같이 모여서 훈련한다. 이번 대회에 오기 전에도 인스부르크에서 같이 모여서 훈련했다. 여기 온 선수들 모두 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온 것이다. 패럴림픽에서도 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오스트리아에선 올 시즌 남자부 AL1(양측 하지 기능의 저하) 랭킹 1위 앙헬리노 젤러 등 4명이 참가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파라클라이밍, 한국도 희망을 향해 힘찬 '첫 발'
파라클라이밍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클라이밍 국가대표 서채현의 아버지로도 유명한 서종국 대한민국 파라클라이밍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함께 열리듯 세계선수권에서도 장애-비장애 종목이 같이 열린다. 규모가 커졌다. 지금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선수층도 그렇고 참가하는 나라도 많아지고 있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는 한국, 중국 등이 처음으로 파라클라이밍 종목에 도전했다.
격차는 있다. 한국은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수준이다. 반면, 옆나라 이웃은 파라클라이밍 강국으로 꼽힌다. 에이타 쇼는 올 시즌 남자부 B1(시력이 LogMAR 1.50~2.60보다 떨어지는 경우) 랭킹 1위다. 에이타는 "일본에선 클라이밍이 유행하고 있다. 다른 국가보다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공식적으론 10여년 전, 비공식적으론 20여년 전부터 진행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홉살에 취미로 시작했고, 15살부터 조금 더 전문적으로 하게 됐다. 전문적으로는 14년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세계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파라클라이밍은 국내 경기단체가 없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직접 종목을 육성하고 있다. 전국 규모의 강습회를 열어 신규 선수와 유망주를 발굴했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10월에 2차 파라클라이밍 강습회를 개최해 추가 선수를 발굴할 예정이다. 2026년부터 패럴림픽 등급의 선수를 우선 선발해 집중 육성하고, 다수의 국제대회에도 참가할 것이다. LA패럴림픽 출전 쿼터를 확보해 출전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분위기는 좋다. 조해성(AL2)은 "주 4회 훈련했다. 실내에선 근육과 지구력 훈련 위주로 했다. 실외 암장에서 등반 훈련도 했다. 감독님께서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갖고 계신다. 선수들은 그에 맞춰 잘 해왔다"고 말했다. 연동기(AU3·한 손 또는 양손에 걸쳐 손가락이 없거나 기능 저하)는 "긴장을 많이 했다. 경기장에 오니 서로 '으X으X' 응원하는 분위기다. 대회보다 축제에 가까운 느낌이다. 우리도 열심히 훈련했다. (세계의 벽) 넘지 못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윤상근(RP2·중증 장애)도 "장애인으로서 쉽지 않은 운동을 해나가고 있다는 뿌듯함도 있다. 클라이밍이 그냥 재미있다"며 "우리도 훈련 시간이 더 길었다면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