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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일본 B리그와 지방 소멸 시대]③척박한 땅의 성공신화 신슈 브레이브. 나가노현은 넓고, 해야 할 이벤트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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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노(일본)=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3대3 농구는 우리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 온 낯선 기자에게 일본 B리그 신슈 브레이브 워리어스 카즈토 아오노 단장은 확신에 찬 얘기를 했다. 신슈 구단의 미래, 나가노현 지역밀착의 '비밀병기'를 소개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지방 인구소멸의 대안을 찾기 위해 B리그 소도시 구단의 사례를 찾아나선 기자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인구 36만명의 소도시 나가노를 홈으로 쓰고 있는 신슈 브레이브. 국내 농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시즌 B2리그로 강등됐지만, 전력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2026년 9월 출범할 프리미어리그 합류를 앞두고 있다. 신슈 브레이브의 지역상생이 궁금했다. 냉정하게 봐서 나가노는 스포츠 마케팅을 위한 최적의 도시가 아니다. 불리한 여건들이 더 많다. 나가노는 2020년 약 37만2000명의 인구를 기록했다. 올해 8월 인구수는 35만9000명으로 인구가 줄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다. 또 나가노현은 척박한 지역이다. 약 1만3600㎢ 크기인 나가노현은 일본 43개 현 중 네번째로 크다. 단 총 인구수는 200만명 안팎으로 15위~16위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정밀공업이 발달했지만, 한계점이 있고 관광산업은 애매하다. 소바와 사과가 지역 특산물이지만, 경쟁지역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다.

그런데 신슈 브레이브는 나가노현과 지역상생을 가장 완벽하게 하고 있는 구단 중 하나다. 도요하시에서 산엔 네오피닉스 구단을 취재한 후 나가노로 이동했다. 나고야 역에서 3시간 거리다. 도쿄에서는 신칸센이 있지만, 나고야에서는 없다. 다른 기차 노선 이름은 '시나노선'이었다. 시나노는 나가노현의 옛 이름이다. 과거 일본 고대행정구역 시나노국이 현 나가노현에 있었고, 별칭이 신슈다. 신슈는 여전히 나가노현을 대표하는 지명이다. 나가노 브레이브가 아닌 신슈 브레이브로 팀명을 선택한 역사적 이유다. 신슈 브레이브는 KBL 수원 KT와 3년 전 자매결연을 했다. KT에 신슈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부탁했고, 1주일 만에 신슈 카즈토 단장의 인터뷰 허락을 받았다. 나가노 샤토레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나가노 출신으로 B리그 선수 은퇴 이후 B리그2 고시가야 알파스에서 구단 운영 전문가로 거듭났다. 구단 운영의 현실적 문제와 미래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는 "소도시를 홈으로 두고 있는 모든 B리그 구단들이 그렇듯 지역밀착은 필수다. 신슈 브레이브 역시 매 경기 12개의 스위트룸에서 로컬 푸드를 판매한다. 나가노시 뿐만 아니라 나가노현의 모든 도시를 아우르는 이벤트다. 예를 들어, 우리 파트너사인 버섯 전문 회사 호쿠도사의 버섯 특산물을 프라이로 만들어서 팔았는데, 금방 매진됐다. 이런 이벤트는 홈 경기가 열릴 때마다 한다"며 "지역 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도 있다. 예를 들어 나가노현의 대표적 여름 축제 나가노 빈즈루가 있다. 여기에 적극 참여해 지역민에게 신슈 브레이브의 존재를 알리고, 유대를 강화한다"고 했다.

그는 유스 클럽에 대한 중요성도 역설했다. "B리그는 흑자를 내야 하는데, 현 시점, 그리고 미래 가장 큰 수익은 유스클럽에서 나올 수 있다. 우츠노미야는 연간 1억엔(약 10억원) 가까운 매출을 내고 있고, 내가 몸 담았던 고시카야 역시 60만달러의 연간 매출을 내기도 했다"고 했다. 인구수가 적으면 유스 클럽도 위축될 수 있다. 이 부분이 궁금했다. 그는 "현재 가정들의 소득은 많아졌고, 아이들에게 과거보다 더욱 많은 돈을 지출한다. 스포츠 비지니스 차원에서 지금 인구수는 큰 문제는 아니다. 10년 뒤에는 유스클럽보다 데이트 이벤트, 매칭 프로그램 등으로 사업 성격을 달리할 수 있지만, 지금은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나가노시와의 협력 관계도 중요하다. 국내 프로농구의 경우 팀들은 지자체와 자주 신경전을 펼친다. 구단의 지역밀착 전략이 부족하며, 지자체의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편견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반면, 신슈 브레이브와 나가노시는 견고한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 그 이유가 있다. 카즈토 단장은 "신슈 브레이브도 처음 나가노시와 협력이 잘 되지 않았다. 체육관 대관료는 비쌌고, 흑자를 내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 하지만, 지역밀착을 꾸준히 한 결과, 나가노 동계올림픽의 실무진이었던 현 나가노 시장과 농구에 큰 관심이 있는 부시장이 모두 우리 구단을 나가노시의 핵심으로 여긴다. 여기에는 지역의 재정적 효과를 입증한 과정들이 있었다. 한마디로 윈-윈 구조가 됐다"고 했다. 윈-윈 구조의 핵심 중 하나는 일본의 독특한 세법이 포함돼 있다. '후루사토노제(개인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외에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기부금 중 2000엔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소득세와 주민세에서 공제되는 제도. 고향납세 개념으로 2008년 도입)'다. 그는 "나가노 팬이나 파트너십(스폰서십) 회사의 후루사토노제를 활용했다. 현재 신슈의 홈인 나가노 화이트링 구장의 이용료는 3일에 300만엔 정도다. 하루는 경기 준비, 이틀은 경기를 진행하는 일수다. 구단 사정상 초기 사용료를 알려줄 수 없지만, 후루사토노제를 이용해 많은 금액이 줄었고, 구단과 나가노시 재정이 모두 탄탄해지는 효과를 봤다"고 했다.

이런 노력으로 신슈 브레이브는 한 단계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일단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전자기업 세이코 앱손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나가노의 주요 파트너십은 호쿠토 주식회사(나가노 버섯회사), 나가노 아사히 방송, 와타나베 파이프, 알피코 홀딩스(여행회사) 등 나가노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들이었다. 카즈토 단장은 "세이코 앱손과 파트너십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무려 15년이 걸린 끝에 이룬 성과"라고 했다. 세이코 앱손은 나가노현 스와시에 본사가 있지만, 프린터와 프로젝터 장비 등 정밀 전자기기를 생산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그들은 긴 고민 끝에 신슈 브레이브의 가치를 인정했다. 지난 시즌 신슈 브레이브는 330개의 지역회사와 크고 작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B2리그였지만 4078명의 평균 관중, 총 12만2349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다음 시즌에 프리미어리그행이 확정됐다.

척박한 땅 나가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신슈 브레이브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미래의 '비밀병기'는 3대3 농구다. 카즈토 단장은 이달초 가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3대3 농구팀을 인수할 예정이다. 나가노현은 넓고, 신슈 브레이브가 공략해야 할 지역은 많다.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현시점 우리 구단의 역량으로 넓은 나가노현을 모두 공략할 수 없다. 때문에 필요한 카드가 3대3 농구 팀"이라고 말했다. 신슈 브레이브 구단 홈페이지는 지난 11일 "신슈 브레이브 워리어스의 운영사인 주식회사 나가노 스피릿은 3인제 농구팀 'FROM SHINSHU LLC'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 목적은 3X3 농구의 특성을 살려 나가노현 전역의 상업 문화 시설, 관광 명소, 중소 체육관 등 실내외에서 이벤트를 개최하려 함이다. 나가노현 전역에서 3대3 경기와 농구 스쿨을 개최해 지역 주민의 응원과 어린이들의 농구 클리닉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나가노(일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