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향신료인 계피에서 유래한 성분이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대만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중개 정신과학(Translational Psychiatry)'을 통해 계피에 함유된 신남산(시나믹산, cinnamic acid)이 체내에서 대사 되어 생성되는 벤조산나트륨(sodium benzoate)의 효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벤조산나트륨(또는 안식향산나트륨)은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방부제이다. 주로 산성 식품의 곰팡이와 세균 성장을 억제해 부패를 막는 역할을 하며, 의약품에서는 방부제 및 윤활제, 산업용으로는 냉각수 부식 방지제 등으로 활용된다.
벤조산나트륨은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눈이나 점막의 자극, 알레르기 피부염(두드러기)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임상 연구에는 50세에서 100세 사이의 경도 알츠하이머 환자 149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혈중 아밀로이드-베타 수치가 높고, 인지 기능 저하가 관찰된 상태였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네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위약(placebo), 500㎎, 750㎎, 1000㎎의 벤조산나트륨을 매일 복용하도록 했다.
24주간의 실험 결과, 750㎎과 1000㎎을 복용한 그룹에서 인지 기능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었으며, 특히 혈중 아밀로이드-베타 42 수치가 높았던 환자일수록 개선 효과가 두드러졌다. 반면 위약을 복용한 그룹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벤조산나트륨은 안전성과 내약성 면에서도 위약과 유사한 수준을 보여, 부작용 우려가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벤조산나트륨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베타를 줄이는 새로운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의 비싼 정맥 주사 치료제와 달리 경구 복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 기간이 24주에 불과하고 대만인만을 대상으로 진행돼 일반화 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향후 보다 장기적인 연구와 글로벌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계피 성분과 알츠하이머 개선 효과 사이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연구들은 있었다.
2016년 미국 러시대학의 칼리파다 파한 박사는 계피가 파킨슨병의 진행을 억제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2023년 중국·브라질 공동 연구진은 벤조산나트륨이 아밀로이드-베타뿐 아니라 신경세포 내에서 얽히는 타우 단백질의 축적도 억제한다고 보고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