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일본)=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일본 삿포로를 마지막으로 'B리그와 지방 소멸 시대' 기획 취재를 마쳤다. B리그 5개팀을 직접 돌아봤고, 일정상 현장 취재가 여의치 않았던 나가사키 벨카, 시가 레이크스, 류큐 골든킹스는 서면 인터뷰로 지역상생의 비결을 들었다. 철저한 '지역상생 정책'은 예외없이 모든 팀들의 제1의 가치임을 확인했다. 홈 연고지의 특성, 파트너십(스폰서십)의 특성, 팀의 환경에 따라 세부 실천 방법은 달랐지만, 지역 연고를 넘어선 '지역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며, 호흡하는 지역상생 시스템'은 너무도 생생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에 대한 지속 가능하면서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는 구조라는 측면에서 더욱 임팩트가 컸다.
한국형 모델로 적용시켰을 때, 예측 가능한 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원도, 경상북도, 충청남북도, 전라남북도 소도시를 연고지로 둔 프로팀을 가정해보자. 도시를 넘어서 도를 대표하는 지역상생의 기틀을 마련한 팀은 홈 경기마다 주변의 도시들과 제휴를 맺고, 이벤트 부스를 마련할 수 있다. 공고한 지역상생을 통해 매 경기 3000명 안팎의 관중을 동원할 수 있다. 경기장 안팎에는 이벤트 부스들이 있다. 특정 지역 혹은 도시의 관광상품 혹은 특산물을 홍보할 수 있고 판매할 수 있는 곳이다. 홈 팬 뿐만 아니라 원정 팬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특산품을 활용한 간이식당을 설치하고, 경기가 끝난 뒤 소규모 이벤트를 마련할 수 있다.
1년 1~2차례의 지역축제가 아닌 매년 적어도 20차례의 이런 이벤트가 프로스포츠 경기를 동반해 이뤄질 수 있다. 적은 비용, 높은 효율의 '가성비' 좋은 이벤트들이다.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고용창출을 통해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그 구단의 가치는 커지고, 대규모 스폰서십이 들어올 확률이 높아진다. 단지, 상상 속 시나리오가 아니라, 소도시를 연고로 하는 B리그 구단들이 실제 하고 있는 모델이다. 류큐 골든킹스는 철저한 지역 밀착을 통해 농구 인기를 극대화했고, 골든킹스 스트리트라는 상업 거리를 조성해 농구팬이 경기를 관전한 후 쇼핑과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조성했다. 산엔 네오피닉스는 17개 도시의 특산품을 매 경기 돌아가면서 이벤트 부스에서 판매하고, 나가사키 벨카와 지바 제츠는 홈 구장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의 대표적 랜드마크를 만들었다.
그들이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까지는 치열한 지역상생에 대한 노력이 필요했다. 홈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단지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의 경기 콘텐츠만 제공한다는 마인드에서 벗어나 지역의 현안과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지역 연고 마인드가 필요하다. 구단 선수 뿐만 아니라 스태프 모두가 숙소 뿐만 아니라 거주지가 연고지에 있는 건 당연하다. 구단이 해결할 수 있는 지역 현안을 지자체와 긴밀하게 논의해야 한다.
특정 도시가 아니라 도 단위로 홈 연고지의 개념을 넓힐 필요도 있다. 신슈 브레이브는 나가노시가 아닌 나가노현을 연고지로 각종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소외된 지역에는 나가노현의 3대3 농구팀을 인수, 지역밀착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프로스포츠라는 이벤트를 지역축제로 승화시키면서, 지속 가능한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소도시와 B리그의 상생은 2016년부터 시작해 약 10년간 진행 중이다. 결과물은 달콤하고, 지역상생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농구도 프로스포츠와 지역의 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윈-윈 게임을 시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단, 지금의 판을 뒤집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삿포로(일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