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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원>21억원, 이게 맞다고?' 문서준 토론토 계약금 21억의 충격적 실체, 박준현 키움계약금 7억원의 가치가 더 높이 평가받는 진짜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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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고 문서준이 토론토블루제이스와 계약금 150만 달러에 계약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사진제공=리코 스포츠에이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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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KBO 신인 드래프트가 17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렸다. 키움에 1라운드 지명된 북일고 박준현이 소감을 말하는 사이 박석민 코치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7/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문제) '21억원'과 '7억원' 중에 더 많은 금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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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도 쉽게 맞힐 수 있는 문제다. 당연히 정답은 21억원이다. 그렇다면 문항을 약간 수정해보자. 먼저 선택지에 세부 설명을 좀 추가할 필요가 있다.

선택지 ① '역대 성공확률 0%라는 극악의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인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 낯설고 물가 비싼 타국에서 평균 5년 정도의 열악한 마이너리그 생활을 혼자 버텨야 하는 대가이자 이 중에서 세금으로 거의 50%를 제외해야 하는 2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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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 ② '유망주를 성공적으로 키우기 위해 안달이 난 코치들이 거의 매일 붙어서 개인 레슨급으로 지도하는데다 부모의 뒷바라지와 충성도 높은 KBO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는 안락하고 성공확률 높은 환경에서 받는 7억원(당연히 세금도 ①보다 적다)'

자, 이제 두 가지 선택지에 제시된 '21억원'과 '7억원' 중에서 더 '높은 가치'를 지닌 금액은 무엇일까. 선뜻 답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인물들이 있다.

문서준이 25일(이하 한국시각) 캐나타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입단계약을 체결한 뒤 유니폼을 입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리코스포츠에이전시
선택지 ①을 택한 주인공은 장충고 졸업반인 '특급유망주' 문서준이다.

문서준은 지난 25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캐타나 토론토 현지에서 공식 입단식을 치렀다. 토론토는 키 1m96의 당당한 체격에 최고 155㎞의 강속구와 뛰어난 변화구 구사능력을 지닌 문서준에게 무려 150만달러(약 21억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상당히 큰 금액이며, 토론토가 문서준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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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 ②의 주인공은 올해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된 천안 북일고 3학년 투수 박준현이다.

박준현은 문서준, 김성준(광주일고)와 함께 '고졸투수 빅3'로 평가받았지만, 셋 중에서 유일하게 KBO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김성준은 지난 5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120만달러에 계약했다.

2026 KBO 신인 드래프트가 17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렸다. 키움에 1라운드 지명된 북일고 박준현이 허승필 단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7/
키움 구단은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지명한 박준현에게 7억원의 계약금을 줬다. 2021년 장재영에게 준 9억원에 이어 키움 구단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액수다. 키움 구단은 '박준현이 미국 진출과 더불어 고액의 계약금을 포기하고 우리 구단을 선택해 준 결정과 이번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전체 1번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고교 시절 거의 같은 레벨로 평가받은 특급 유망주 세 명이 두 갈래길로 갈라진 셈이다. 두 명(문서준 김성준)은 미국행을 택했다. 이들은 각각 150만달러와 12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았다. 한화로 약 21억원과 17억원에 해당한다. 해외 신인계약금으로는 높은 축에 속한다.

반면 박준현은 이들과 달리 국내에 남아 계약금 7억원을 받았다. 올 시즌 신인 최고 계약금이지만, 문서준이나 김성준이 받은 금액보다는 적다. 그렇다면 박준현이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일까.

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0회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 대회 및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일고와 경남고의 경기, 4회초 광주일고 김성준이 타격을 하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7.01/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한 문서준(가운데)이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리코스포츠에이전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현장의 야구인들은 박준현이 장기적으로 훨씬 효율적이고, 리스크가 적은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문서준이나 김성준의 계약금이 박준현보다 커보일지 몰라도, 이건 '미래의 성공가능성을 담보로 가불해 온 금액'이라는 게 현장의 평가다.

과거 고교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아들을 미국으로 보냈던 한 아버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계약금으로 100만달러 받아도 사실 남는 게 없다. 세금 떼고, 현지 생활비도 많이 든다. 마이너리그에 오래 머물다보면 어느 새 계약금으로 받은 돈은 다 없어져버린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다.

특히나 역대 사례를 보면 고졸 유망주의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실제로 1994년 당시 한양대 재학생 박찬호가 LA다저스와 계약하며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시초가 된 이후 30년간 수많은 아마추어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을 꿈꾸고 미국행을 택했다. 그러나 실제로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 특히 투수들은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실패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성공확률 0%다.

장충고 문서준이 토론토블루제이스와 계약금 150만 달러에 계약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사진제공=리코 스포츠에이전시
지난해까지 미국으로 건너간 '고졸 유망주' 57명 중에서 한 번이라도 MLB 무대를 밟은 선수는 단 7명 뿐이다. 4명은 야수(추신수 최지만 박효준 배지환), 3명은 투수(백차승 봉중근 류제국)다.

3명의 투수 중 '성공한 메이저리거'는 없다. 백차승은 메이저리그 4시즌 동안 16승18패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한 뒤 '방출엔딩'을 맞이했다. 그나마 '통산 10승'을 넘긴 유일한 케이스다. 봉중근은 총 3시즌 동안 78⅓이닝을 소화하며 통산 7승4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5.17을 남겼다. 류제국 역시 3시즌(2006~2008) 동안 단 1승(3패) 평균자책점 7.49를 기록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물론 문서준과 김성준이 실패한 선배들의 전철을 밟으란 법은 없다. '최초의 고졸투수 성공사례'가 될 수도 있고, 추신수처럼 투수로 계약했지만 타자로 전환해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볼때 너무나 어려운 도전이다. 누적확률 '0%'를 뛰어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계약금은 이들의 청춘과 미래를 '역대 성공확률 0%의 도전'에 내건 대가인 셈이다. 그렇게 보면 결코 많은 금액이라 할 수 없다. 과거에도 100만달러 이상의 계약금을 받고 미국으로 떠난 유망주들이 없던 게 아니다. 그들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문서준과 김성준의 미래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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