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오승환을 싫어하는 선수가 있을까? 할 거 다 하고 멋있게 가는 거 같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은퇴를 앞둔 오승환을 위한 특별한 선물에 이어 대타 출격까지 준비하고 있다.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과 KIA의 경기. 경기 후 오승환의 은퇴식도 예정돼있다.
경기전 만난 이범호 KIA 감독은 "오늘 최형우는 오승환 맞춤 대타로 대기한다. 형우가 원했고, 오승환이라는 프로야구에 한 획을 그었던 레전드를 위한 예우 차원에서 그렇게 준비했다"고 했다.
만약 이날 오승환의 등판이 불발된다면 어떨까. 이범호 감독은 "안 나올 수 있나?"라며 고개를 갸웃한 뒤 "그러면 남은 광주 경기에서라도 그렇게 해주겠다"고 덧붙였다.
최형우로선 지난 21일 광주 NC 다이노스전 이후 9일만의 출전이다. 최형우는 오승환에 대한 물음에 "전에 같이 밥먹으면서 한 이야기였는데, 감독님이 OK 해주셨다"며 웃었다.
현역 최고의 타자로서 투수 오승환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내가 같은 팀에 있을 는 진짜 흠이라고는 1도 없는 완벽한 투수였다. 내가 24년 동안 야구했는데, 한명 뽑으라면 오승환이 1등이다. 선동열 감독님 공은 안 쳐봤으니까. 선수로서도 쓴소리도 안하고 토닥여주곤 했다. 나쁜 감정을 가진 선수는 아마 한명도 없을 거다."
최형우는 지난 오승환의 광주 은퇴투어 때 직접 맞이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쏟았다. 최형우는 그때를 떠올리며 "늙으니까 감수성이 풍부해졌다. 엄청 참았다. 날 위한 자리가 아니지 않나. 그런데 말하려고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참고 빨리빨리 진행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누군 울고 싶어서 그랬나. 하다보니까 이렇게 됐지"라며 민망해했다.
어차피 팀내 왕고가 된지 오래라 '최고참'에 대한 느낌은 특별히 없다고. 최형우는 "승환이형은 불명에도 아니고, 아쉬울 게 없는 은퇴 아닌가. 하고 싶은 거 다했고, 이제 축하받을만한 일이라고 본다"면서 "오늘 승환이형 나오고, 내가 대타로 나가면 멋있을 것 같다. (홈런으로 배웅하라는 말에)나도 타격감이 없어서…연습 열심히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함께 삼성 왕조를 이끌던 시절, 오승환이 등판하면 야수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수비했을까. 하지만 최형우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정신 집중할 필요가 없다. 공이 (야수한테)오질 않는데 뭐. 그냥 편안했다. 난 좌익수 자리에서 항상 편안하게 봤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