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쿠에바스, 로하스가 이렇게 망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KT 위즈 이강철 감독에게는 2021 시즌 통합 우승의 기억도 소중하지만, 지난해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게 더 큰 자부심이었다. 이 감독은 올시즌을 아푿고 "KT가 진짜 강팀으로 거듭났다는 증거"라며 "올해도 꼭 가을야구에 진출해 6년 연속 기록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KT는 수술 후 풀타임 복귀한 소형준의 가세로 그 어떤 팀보다 안정적인 선발 전력을 구축했다. 지난해 키움에서 에이스 역할을 한 헤이수스, 원조 에이스 쿠에바스, 107억원 사나이 고영표, 소형준, 그리고 트레이드로 데려온 오원까지 합류해 구색이 완벽하게 맞춰졌다. 불펜도 세이브왕에 도전하는 박영현을 필두로 다른 팀보다 두터운 뎁스를 자랑했다.
특히 전반기 오원석이 깜짝 10승을 해주는 파란을 일으켰다. 소형준도 안정적이었다. 타선에는 안현민이라는 신데렐라가 나타났다. MVP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그런데 KT는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NC 다이노스의 기적같은 9연승에 밀린 감도 있지만, 스스로 시즌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며 6위로 시즌을 끝내고 말았다.
한 팀의 부진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KT의 이번 시즌을 돌이키면 결국 외국인 선수 문제가 결정적이었다. 외국인 선수가 아닌 KT의 식구라 해도 다름없던 쿠에바스는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하며 올시즌 구위가 뚝 떨어졌다. 18경기 3승10패 평균자책점 5.40 최악의 부진.
타자 로하스도 마찬가지. 지난해 4년 만에 KT에 복귀해 144경기 전 경기 출전 타율 3할2푼9리 32홈런 112타점을 기록하며 '나 죽지 않았다'를 시전했다. 하지만 어떻게 1년 만에 이렇게 추락할 수 있느냐, 믿을 수 없다를 연발시키는 최악의 침묵을 거듭했다. 95경기 2할3푼9리 14홈런 43타점 퇴출.
여기에 믿었던 헤이수스도 32경기 9승9패 평균자책점 3.96으로 지난해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체로 선발한 패트릭, 스티븐슨도 판도를 바꿀만한 활약을 해주지 못했다. 여러모로 외국인 농사가 완전히 꼬여버린 KT의 한 시즌이었다.
외국인 선발 2명만 잘 뽑아도 가을야구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게 KBO리그의 현실이다. KT를 제친 NC는 둘도 아니었다. 라일리라는 특급 에이스가 팀 중심을 잡아주자,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외국인 영입을 놓고 큰 고민이 필요 없었던 KT인데, 내년 반전을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외국인 영입에 공을 들여야 한다.
외국인 뿐 아니라 노쇠화 된 야수진의 한계도 느낀 시즌이었다. 그 와중에 포수 장성우, 내야수 황재균이 FA다. 심우준이 빠져나간 유격수 자리도 어떻게 메워야할 지 고민해야 하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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