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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걸까...정규시즌용 최고 투수 후라도, 빅게임 피처가 아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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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우리가 몰랐던 것인가, 후라도는 정규시즌 맞춤형 투수였을 수 있다는 것을...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9회초 삼성 강민호의 행운의 동점타가 터질 때만 해도, 삼성이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의 다 잡는 듯 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가을만 되면 땅을 파고 들어갔던 최원태의 대반전 호투를 앞세워 천금의 1차전 승리를 따낸 삼성. 2차전도 9회초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며 역전 분위기를 만들었다.

리버스 스윕이라는 게 안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원정에서 2승을 챙기고 원투펀치 2명의 등판을 기다리는 팀이라면 누구라도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였다.

9회말 에이스 후라도가 갑자기 등판하자, 그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그도 그럴 것이, SSG 랜더스는 선발 김건우를 조기 강판시키며 필승조를 다 쓴 가운데 삼성의 후라도 깜짝 카드에 SSG가 당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후라도가 2이닝 정도를 막아준다고 하면, 그 사이 강한 타선의 힘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믿었던 후라도가 김성욱에게 통한의 끝내기 홈런포를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야심차게 세웠던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1패의 충격 이상. 대단히 찝찝한 마음을 안고, 대구행 버스에 올랐을 삼성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다.

사실 후라도 카드를 꺼내든 것이 황당한 수는 아니었다. 후라도는 6일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선발로 나섰었다. 당시 104개 공을 던지고 패전투수가 됐다. 6⅔이닝 9안타 4실점.

그리고 4일을 쉬었다. 원래는 13일 3차전 선발로 예고됐는데, 갑자기 2차전에 나왔다. 가을야구에서는 다음 등판 중간 사이드 피칭을 생략하고 선발들이 1이닝씩 나오기도 하니, 후라도가 등판한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다. 원태인의 컨디션이 더 좋고, 3차전 SSG 예상 선발 앤더슨과 맞서 싸우는데 원태인이 낫다고 판단했다면 후라도를 불펜으로 잠깐 쓰고 4차전으로 돌리는 작전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원태인도 7일 NC전에서 던졌었기에, 5일 휴식 후 3차전 등판이면 큰 무리가 없었다.

중요한 건 홈런을 맞은 건 결과론적인 얘기고 왜 후라도가 이 때 나왔고, 4차전 선발로 밀렸느냐는 점이다. 삼성 벤치에서는 비가 오며 경기가 밀리자 일찌감치 후라도를 3차전보다 덜 중요한 4차전 투수로 생각을 했기에, 이런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박진만 감독도 "후라도 등판은 미리 계획된 것"이라고 밝혔다.

후라도는 2023, 2024 시즌 키움 히어로즈 소속으로 최고의 선발로 활약했다. 꼴찌팀 에이스 한계로 11승, 10승에 그쳤지만 퀄리티스타트를 해내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닝도 183⅔이닝, 190⅓이닝을 소화했다. 정규시즌용 선발로는 최고의 선수였다. 삼성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197⅓이닝을 던지며 15승8패 평균자책점 2.60을 찍었다. 무려 23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는 후라도가 가을야구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사실 알 수 없었다. 200이닝 가까이 던진 선수가, 정규시즌 후 체력적으로 버텨낼 수 있을지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한 첫 포스트시즌이었다.

체력 문제 만이 아니다. 이게 정규시즌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투수와, 가을야구에서 통하는 투수는 또 다르다. 긴장감이 넘쳐 흐르는 포스트시즌에서는 구위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투수의 가치가 올라간다. 몸이 덜덜 떨리는 상황에서 타자들에게 제일 무서운 투수는 공이 빠른 투수다. 하지만 후라도는 폰세(한화), 앤더슨(SSG)과 같이 타자를 찍어누르는 유형이 아니다. 영리한 경기 운영과 제구로 긴 호흡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유형이다. 물론 후라도도 150km 가까운 빠른 공을 던지지만, 중요한 건 타자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다른 파워 피처들보다 조금 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NC전도 못 던진 게 아니었다. 하지만 긴장되는 무대, 삼성 방망이가 침묵해 져버리니 후라도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을 뿐이고 결과적으로 후라도는 NC를 압도하지 못했다. 단기전 에이스는 방망이 탓할 것 없이 자신이 경기를 만들어야 한다. 김성욱에게 홈런을 맞는 장면을 보면, 김성욱이 9회에 클로저 개념으로 나온 후라도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과연, 4차전 선발로 조정이 된 후라도는 첫 가을야구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3차전 결과에 따라 후라도의 투구 향방이 완전히 바뀔 것 같은 느낌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