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차장 561억원 매도 공시…2016년 매입 가격 그대로
역세권 개발 차질 우려…울산시 "시민 불이익 없도록 할 것"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KTX울산역에 복합환승센터 조성을 추진하던 롯데가 10년 만에 사업 철회를 공식 결정했다.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장기간 지지부진하던 이 사업이 결국 좌초되면서 울산시의 역세권 개발사업에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롯데울산개발은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의 복합환승센터 토지 3만7천732㎡와 주차장 시설물 등의 처분 내용을 담은 '비유동자산 처분결정' 보고서를 공시했다.
이 공시에 따르면 롯데울산개발 이사회는 해당 토지와 시설물을 울산도시공사에 매도하기로 결의했다. 처분 가격은 561억2천273만원으로, 이는 2016년 롯데 측이 울산도시공사로부터 매입했던 금액과 같다.
다만 공시 보고서상에는 해당 토지와 시설물의 최근 자산총액이 956억3천140만원으로 표기돼 있는데, 이는 토지 가격에 그동안 공사와 관리 비용 등이 포함된 금액이라고 롯데 측은 설명했다.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은 3천125억원을 들여 7만5천480㎡ 부지에 환승센터와 환승 지원시설, 테마 쇼핑몰 등을 건립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위해 롯데쇼핑은 2015년 울산시, 울산도시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사업협약을 체결했고, 2016년 2월 출자회사인 롯데울산개발을 설립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2018년에 완공돼야 했지만, 수익성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 진행이 계속 미뤄졌다.
그 과정에서 두 차례 사업계획이 변경돼 애초 예정됐던 영화관이 제외됐고, 임대 방식의 쇼핑몰 대신 분양 상가가 포함되기도 했다.
2019년과 2023년에는 롯데 측이 복합환승센터 지원시설 용지에 주거시설을 짓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반대와 '특혜성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울산시의 강경한 입장에 부닥쳐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소모적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사업은 진척이 없었다. 최근 수년간 공사는 사실상 중단됐고, 현재 공정률도 10% 미만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몇차례 사업 철회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롯데 측은 "그럴 일은 전혀 없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우려가 끝내 현실이 되면서 롯데 측의 책임감 없는 태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울주군의 한 주민은 14일 "돈이 될 만하니까 사업에 뛰어들어 놓고, 결국 10년만 간만 보다가 돈이 안 될 것 같으니 발을 빼는 것"이라면서 "울산시와 시민으로서는 소중한 시간만 빼앗긴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롯데 측 관계자는 "도저히 사업성을 확보할 방안이 없어 사업 포기를 결정한 것"이라면서 "회사로서도 그동안 공사와 관리 등으로 수백억원대의 손해를 감수한 결정으로 안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토지 매입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후 복합환승센터 계속 추진을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롯데 측이 일방적으로 사업 철수를 결정한 만큼 향후 토지를 다시 사들이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면서 "복합환승센터는 필요한 시설이므로 계속 개발을 추진하겠지만, 지금은 토지 문제 정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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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