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도쿄돔에서 뛰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세대교체 과정 속에 있다. 이제 김광현(SSG) 양현종(KIA) 양의지(두산) 강민호(삼성) 등이 더 이상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뛸 일은 없을 듯 하다. 이미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젊은 선수들 위주의 팀으로 개편을 선언했다.
내년 3월 열리는 제6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마찬가지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하성(애틀랜타) 김혜성(LA 다저스) 등 기량 좋은 해외파 선수들이 중고참으로 중심을 잡는다. 여기에 김도영(KIA) 문동주(한화) 등 KBO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젊은 스타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그림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예 베테랑들을 제외하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기력으로든, 리더십으로든 팀 중심을 잡아줄 든든한 '맏형'의 존재는 어느 팀에나 필요한 법.
그래서 체코, 일본 평가전을 앞두고 소집된 국가대표팀에서 LG의 베테랑 박해민, 박동원의 존재감이 눈에 띈다.
대표팀 류지현 감독은 11월 체코와의 홈 2연전, 일본과의 원정 2연전에 뛸 35명의 엔트리를 발표했는데 대부분 올시즌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긴 젊은 선수들 위주로 자리를 채웠다. 박해민과 박동원(이상 LG) 구자욱(삼성)최재훈(한화) 베테랑급 선수들도 이름을 올렸다.
구자욱이야 리그 MVP급 성적을 내는 최고 외야수에 아직 30대 초반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1990년생 35세 동갑내기 박해민과 박동원 선발은 다소 의외일 수 있다.
두 사람 실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평가전에서 뭔가 보여줘야 할 레벨의 선수들도 아니고, LG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상황이라 곧바로 열리는 평가전 일정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류 감독은 상위권팀 주축 투수들을 이번 소집에서 대거 제외했다. 이어지는 실전 스케줄은 무리가 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왜 류 감독은 이 두 베테랑 선수를 선발했을까. 큰 의미가 담겨있었다.
류 감독은 "투수와 달리 야수는 몇 경기 더 뛰어도 큰 문제가 없다. 박해민의 경우는 대표팀 선수로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서 도쿄돔 경험을 해보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박해민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도쿄올림픽, 제5회 WBC 출전 경험 등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주전이 아닌 백업 역할이었다. 그리고 도쿄돔에서 뛰어본 경험도 많지 않다고 류 감독은 판단했다. 내년 WBC가 도쿄돔에서 열리기에, 박해민이 현지 환경에 미리 적응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이번 소집에 담았다. 이 말인 즉슨, 류 감독이 박해민을 내년 WBC에서 중요하게 활용할 선수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많은 나이에도 여전히 중견수 수비는 리그 톱이고, 작전이 필요할 때 가장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선수다. 단기전에서 꼭 필요한 유형의 선수다.
류 감독은 박동원에 대해서는 "박동원은 이번에 뽑은 젊은 투수들과 직접 호흡을 맞춰볼 필요가 있다"는 짧지만 의미심장한 코멘트로 선발 이유를 밝혔다. 내년 WBC 주전 포수는 박동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
류 감독은 마지막으로 "구자욱도 있지만, 두 사람이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을 이끌어가는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