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전국체전] "30살 전에 금메달"…AG서 제외된 롤러 타는 18세 유망주의 꿈

by


세계선수권·전국체전 금메달 딴 김지찬 인터뷰…"저는 쉴 때도 롤러 생각만 해요"

(부산=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영락없는 남자 고등학생인 롤러 선수 김지찬(18·전주생명과고)은 수줍음이 많고, 인터뷰가 익숙지 않아 질문마다 한참씩 고민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주저 없이 바로 답한 질문이 있었다.
롤러가 언젠가는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길 바란다는 말에 "유망주로서 그 역할에 앞장설 자신이 있느냐"고 묻자, 김지찬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답했다.
아직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적 없고, 아시안게임에서도 채택됐다가 제외되고는 하는 롤러는 대중에게는 전문 스포츠보다 생활 체육으로 더 익숙하다
그러나 조명이 비치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땀을 흘리며 꿈을 키워가는 이들이 있다.
중학생 때 팔자 다리를 교정하기 위해 롤러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김지찬은 어느새 이 종목에 인생을 걸게 됐다고 한다.
"쉴 때도 늘 롤러 생각만 한다"는 김지찬은 롤러 스포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8년 만에 개인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달성한 유망주다.

그는 지난달 중국 베이다이허에서 열린 세계스피드선수권대회 트랙 주니어 남자 듀얼 타임트라이얼 200m 결승에서 18초045를 기록하며 정상에 섰다. 주니어·시니어 통합 기준으로 2017년 이후 첫 개인 종목 메달이다.
그로부터 한 달 만에 출전한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김지찬은 스프린트500m 부문 대회 신기록을 작성하며 다시 한번 정상을 밟았다.
전국체전 롤러 경기가 진행되는 부산 사하구 을숙도 체육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김지찬은 "롤러는 이미 제 인생"이라며 "롤러 말고 다른 걸 하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제게는 너무 소중해서 안 하고는 못 살 것 같다"고 수줍게 웃어 보였다.
김지찬은 2023년 제104회 전국체전에 처음 출전해 매해 자신의 기록을 단축해왔다.
2년 전 스프린트 500m에서 44초234를 기록한 그는 이듬해 43초087, 올해는 42초679로 줄이며 마침내 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대회 남자 일반부 이 종목에서 우승한 김민호(42초355)와도 근소한 차이다.
김지찬은 기록을 단축하는 비결을 묻는 말에 "질문이 너무 어렵다"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열심히 하면 다 되는 것 같다. 저는 훈련할 때 토 나올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답했다.

평일에는 하교 후에 곧바로 훈련장으로 향하고, 토요일에도 아침부터 늘 롤러 트랙을 달린다는 김지찬은 여느 종목 선수들과 같이 구슬땀을 흘리지만, 설 수 있는 무대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지찬은 "30살이 되기 전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19살 유망주치고는 조심스러운 목표 같지만, 그만큼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롤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고, 이후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릴 아시안게임에서도 다시 채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동 국가에서 롤러는 한국보다 더 인지도가 낮은 종목이기 때문이다.
2038년 아시안게임이 열릴 때면 김지찬은 벌써 31살이다.
김지찬은 "많은 사람이 알 법한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사실 언제가 될지 모른다"며 "선수로서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다. 선수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김지찬은 "이제 생일이 지나면 시니어 부문에서 새로 경쟁하게 된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차근차근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세계 1위를 또 해보고 싶어요.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 때 시상대에 올라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를 들었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coup@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