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그 상황에서 뛰라고 대주자가 있는 것 아닌가."
8회말 극적인 역전타를 쳤지만 바로 앞 7회말엔 2루 도루 실패로 역적이 될 뻔했었다. 하지만 그 도루 실패를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한화 이글스 심우준에겐 이번 3차전이 꽤 기억에 남을 듯하다. 줄곧 KT 위즈에서 뛰다가 4년 50억원에 FA 이적을 한 첫 해. 주전 유격수로 나섰지만 타격이 부진해 마음 고생을 했던 심우준은 플레이오프에서의 타격 부진(타율 0.077)으로 한국시리즈에선 주전 유격수 자리를 하주석에게 내줬다. 1,2차전엔 아예 교체 출전도 하지 못했었던 심우준이다.
3차전에야 대주자로 나섰다. 1-2로 뒤진 7회말 무사 1루서 하주석이 희생번트를 댄 것이 타구가 강해 3루수가 빠르게 잡아 2루에 던져 아웃. 하주석이 1루에 살았으나 1점 만회를 위해 심우준이 대주자로 출전했다. 최재훈 타석에서 심우준은 LG 왼손 투수 함덕주의 3구째 143㎞의 직구에 2루로 달렸다. 바깥쪽으로 온 공을 포수 박동원이 잡아 2루로 뿌렸고 결과는 태그 아웃. 성공했다면 상대 투수에 압박을 주면서 동점의 기회가 될 수 있었겠지만 아웃되며 주자가 사라졌다. 최재훈도 유격수 플라이로 아웃되며 이닝 종료.
다행히 심우준에겐 8회말 3-3 동점에서 2사 만루의 역전 기회가 찾아왔고 심우준은 3루수 키를 넘기는 역전 2타점 2루타를 치며 영웅이 됐다.
심우준은 경기 후 "내가 역전타를 쳐서 기분이 좋다"며 "무엇보다 김서현이 자신있게 던져줘서 기분이 좋고 우리 선수들이 포기안했다는 점에서 더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시리즈에 자신감을 보였다.
역전타는 자신감있게 직구를 보고 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대기 타석에서부터 직구를 보고 있었다. 초구 슬라이더가 볼이 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대기 타석에서 감독님께서 낮게 보고 과감하게 돌려라고 하셨다. 그래서 방망이가 부러지면서도 좋은 타구가 나온 것 같다"며웃었다.
주전 유격수지만 벤치를 지키는게 개인적으론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심우준은 "한국시리즈는 중요한 경기다. 컨디션이 좋은 사람이 나가는게 맞다"면서도 "독기를 품고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남은 경기에서도 라인업에 들어가도록 독기 품고 팀 승리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7회말 도루 실패는 후회하지 않는 모습. 심우준은 "1-2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노아웃이나 2아웃이었다면 도루를 시도하지 않았을것이다. 그 상황에서 뛰라고 대주자가 있는 것. 박동원 선수의 송구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내 스타트는 좋았다"라며 대주자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심우준이 역전타를 치면서 앞으로 내야 구도가 바뀔지도 모를 일. 심우준은 "1차전부터 뛰고 싶었는데 못나가서 더욱 독기가 생겼던 것 같다. 컨디션을 좀 더 끌어올려서 시합을 나갈 수 있게 만드는게 내가 해야할 일이다"라면서 "선발로 나가면 수비에 치중하고, 뒤에 나가면 대주자, 대수비를 하며 이런 상황에선 칠 수 있게 단단히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