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부산 동구 차이나타운 문화축제를 방문한 시민의 글이 올라왔다.
당시 중국집을 찾은 글쓴이는 "주문한 꿔바로우가 10조각에 2만2천원으로 너무 비쌌다"며 바가지 상술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항의하니 업주가 도리어 행패를 부렸다는 내용도 남겼다.
해당 글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했고 일부 언론도 '바가지 상술' 논란으로 보도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가격이 적정하다는 반박도 있었다.
꿔바로우는 일반적인 중국집에서 파는 탕수육 등 다른 메뉴에 비해 원래 비싸다는 취지다.
논란의 당사자인 해당 중국집의 업주는 평소 같은 양을 2만5천원에 판매하지만, 축제 기간이라 오히려 3천원 저렴하게 팔았다는 입장이었다.
업주는 2일 "차이나타운 일대 대부분의 점포가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축제 기간이라고 음식량에 비해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인력이 부족해 도움을 요청한 친척이 손님과 마찰을 빚었는데, 불쾌감을 드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바가지 상술' 여부를 두고 모호한 부분이 있는 상황에서도 이번 논란이 빠르게 확산한 배경에는 그동안 반복된 피해 사례의 영향이 크다.
최근에는 경북 경주지역 숙박업소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숙박 요금을 평소보다 10배가량 인상해 논란이 일었다.
부산에서는 기장군 용궁사 인근 노상이 어묵 1개를 3천원에, 중구 유명 횟집은 해삼 1접시를 7만원에 판매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처럼 특정 시기마다 지역과 가리지 않고 바가지 상술 논란이 계속되면서 소비자와 자영업자 간 신뢰가 무너졌고, 결국 가격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권장욱 동서대 관광경영컨벤션학과 교수는 "앞서 관련 논란이 워낙 많이 일어나면서 관광지나 축제 등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했고 자연스레 '이것도 혹시 바가지 아니냐'는 소비자의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비싸게 가격을 받아 논란을 일으킨 일부 상인들이 자초한 일이기도 있다"고 말했다.
쉴 새 없이 오른 물가도 논란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을 원하고, 자영업자는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런데 가격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양측의 기대가 엇갈릴 때마다 '바가지'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부산진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30대 김모씨는 "식재료 가격, 임대료 등을 부담하려면 자연스레 음식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인근의 행사로 평소 가격대를 모르는 손님이 몰릴 때면 바가지 상술로 오해받지 않을지 인근 업주들도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가격 기준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때 비로소 소비자와 자영업자 간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창호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교수는 "바가지 상술 논란이 반복되면 축제나 해당 지역을 찾지 않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지난해 열린 영도다리 축제에서는 바가지요금을 확인하는 감시단을 운영했는데, 성과 여부를 떠나 이들의 존재 자체만으로 축제와 지역의 신뢰도가 회복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권장욱 교수는 "일본에 있는 상인연합회 등에선 찾아온 손님을 존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기본적으로 조성돼 있다"며 "바짝 한몫 챙기려는 마음이 장기적으로는 관광객 감소로 이어져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상인들은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