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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연탄 때도 물이 얼어요"…강추위 몰아친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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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이 기승을 부리자 인천시 동구 괭이부리마을 쪽방촌은 한적했다.
인천 최저기온이 영하 8.9도까지 떨어진 지난 3일 오후에 찾은 쪽방촌 골목. 바람이 불 때마다 건물 외벽에 붙은 판자가 흔들렸고, 떨어진 낙엽이 골목 사이로 흩날렸다.
골목을 따라 폭 2m 남짓 통로의 한쪽에는 쌓아둔 연탄 수십장이 놓여 있었고, 맞은편에서는 가동 중인 연탄보일러가 '윙'하는 소리를 내며 냄비의 물을 데우고 있었다.
통로 끝 미닫이문은 고개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낮았고, 문 안쪽에는 냉장고와 식기 등이 놓인 좁은 주방이 자리했다. 문을 하나 더 열어 주민 김모(65) 씨의 방에 닿을 수 있었다.

3평도 되지 않는 방은 패딩과 이불, 생활용품 등이 바닥에 놓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연탄보일러로 방바닥에 온기가 있었으나, 도배지가 뜯겨 흙벽이 그대로 드러난 벽에서는 바깥 찬 공기가 느껴졌다.
이곳에서 15년을 산 김씨는 "집이 낙후돼서 바람이 안 들어오는 곳이 없다"며 "바깥 찬 공기 때문에 잘 때는 두꺼운 외투를 항상 입는다"고 말했다.
쪽방촌 거리에서 만나 또 다른 70대 주민도 "연탄이 모자라지는 않지만, 판잣집이라 웃풍이 심하다"며 "연탄을 때도 밤에는 코가 시릴 정도로 춥고 떠다 놓은 물이 얼기도 한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겨울철 추위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공용화장실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70대 주민은 "겨울에는 최대한 화장실에 안 가려고 요강으로 해결하고 정말 급할 때만 공용화장실을 간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를 한파와 폭설에 취약한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을 보호하는 중점 기간으로 정하고 각 군·구와 함께 현장대응반을 꾸려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현재 시가 한파 대비로 관리하는 쪽방촌 주민은 동구 102세대(135명), 계양구 67세대(67명), 중구 38세대(44명), 부평구 2세대(2명) 등 모두 209세대(248명)다.
인천시 동구는 이와 별도로 지난 2일 쪽방촌 주민 117세대에 담요를 전달했고, 공동 화장실 등 복지 시설을 점검할 예정이다.

hwa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