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목표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딱 못을 박았다. 150이닝이다. '가을야구' 뺀 정규리그 만이다. 삼성 라이온즈 '4선발' 최원태(29)가 목표를 구체적으로 선언하며 담금질에 나섰다.
지난 8일 괌 레오팔레스 리조트 야구장에서 구단과 인터뷰를 한 최원태는 '책임감'과 '이닝'을 유독 강조했다. "올해 내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며 "외국인 선수들과 (원)태인이가 앞에서 잘 던져주고 있을 때, 나까지 제 역할을 하면 팀이 연승을 길게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로 '150이닝'을 못 박아 눈길을 끌었다. 삼성 박진만 감독과 최일언 코치도 농담을 섞어 "정규 시즌 150이닝" 약속을 기어이 받아내고야 말았다.
최원태가 언급한 '150이닝'은 단순히 개인 기록 달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삼성 선발진의 '완전체'와 우승 퍼즐 완성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숫자다.
삼성은 현재 KBO 리그 최강의 이닝 이터 듀오를 보유하고 있다.
외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는 키움 시절부터 매년 꾸준히 30경기와 180~190이닝을 소화하는 '이닝 먹방의 신'.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 역시 최근 5년 연속 15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삼성 마운드의 중심을 잡고 있다.
그런데 변수가 하나 있다. WBC다.
원태인과 후라도는 3월 열리는 국제대회에 각각 한국과 파나마 대표로 출전한다. 몸을 일찍 만드는 만큼 시즌 중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새로 영입한 외인 맷 매닝과 함께 최원태가 150이닝을 책임져준다면, 삼성은 1~4선발에서 무려 600~700이닝을 확보하게 된다.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되는 불펜 과부하 방지는 물론, 계산이 서는 야구를 가능케 하는 수치다.
만에 하나 후라도 원태인이 잠시 주줌하는 비상상황 속에서도 최원태와 매닝이 버텨주는 그림이 긴 시즌 운영에 있어 무척 중요하다.
가을야구에서 최원태의 눈부신 호투를 이끈 안방마님 강민호가 "원태가 선발진에서 든든하게 버텨준다면 올해 우리 팀은 우승권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언한 이유다.
최원태 본인에게도 150이닝은 2019년(157⅓이닝) 이후 7년 만의 도전이다. '건강한 풀타임 선발'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지표다.
지난해 삼성에 합류한 최원태는 정규시즌 중반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포스트시즌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눈부신 호투로 '가을 남자'로 거듭나며 2년 차 본격 활약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그는 "비시즌부터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들었고, 지금은 체인지업을 중점적으로 가다듬고 있다"며 반대 궤적인 커터, 슬라이더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삼성이 최원태에게 7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이유는 명확하다.
원태인 혼자 짊어졌던 국내 선발의 짐을 나누고, 외국인 투수 듀오와 함께 선발진에 '통곡의 벽'을 세우기 위함이다.
"감독님도 많은 이닝 소화를 요청하셨고, 나 또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이닝이터를 선언한 최원태. 150이닝 소화라는 약속을 지켜낼 때, 사자 군단 우승의 꿈은 성큼 현실이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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