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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삼성의 중심타자로 우뚝 선 박석민(27)의 몸은 성할 날이 없다. 잊을 만하면 시퍼렇게 멍이 든다. 지난달 26일엔 SK 김광현, 27일엔 SK 윤희상에게 연달아 같은 부위(등)에 사구를 맞았다. 그는 "올해 벌써 17번 맞았다. 똑같은 부위를 이틀 연속 맞아서 그런지 무척 아프다. 멍이 사라지는데 몇일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맞을 각오를 하고 타석에 들어선다. 원래 박석민은 몸쪽 공에 약하다고 판단해 타석에서 평균 보다 약간 뒤로 물러서 스탠스를 잡았다.
이를 경우 투수들은 몸쪽 승부를 조심스럽게 해야 정상인데 그렇지 않았다. 투수들은 박석민의 몸쪽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래서 그는 투수들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 홈플레이트 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는 한 덩치 한다. 1m78로 키는 큰 편이 아니지만 체중이 90㎏을 넘는다. 타석에 서면 꽉 차보인다. 마운드에 선 투수에게 몸쪽 공 제구가 잘 안 됐을 때 사구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아 질 수밖에 없다. 또 몸쪽 공 제구가 안 돼 가운데로 몰릴 경우 큰 타구를 맞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는 사구가 두렵지 않다고 했다. 성적에 도움이 된다면 사구를 참아낼 수 있다고 했다. 올해 사구를 맞고 한 번도 투수와 신경전을 벌이지도 않았다.
타자들은 어쩔 수 없는 사구와 고의성인 짚은 사구를 금방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을 뿌리는 과정에서 손가락에서 빠지거나 제구가 잘 안 됐을 때 사구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아주 가끔은 의도적인 사구가 있다고 한다. A팀의 중심 타자가 사구를 맞았을 경우 공수 교대 후 A팀 투수가 상대편 중심 타자를 맞히는 경우가 있다. 똑같이 갚아주는 셈이다. 이 경우 제구력이 좋은 투수의 경우 의도가 있다는 걸 감추면서도 똑같은 부위를 맞히는 정교함까지 보여준다. 대개 이런 경우 타자들은 투수의 행동을 너그럽게 봐줄 때가 많다.
심판은 무척 헷갈린다. 사구를 놓고 투수의 의도를 파악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의도가 있다고 판단해 투수를 퇴장시킬 경우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또 일부러 사구를 맞고 나가려는 타자의 의도된 동작도 찾아내기가 어렵다. 타자들은 타격감이 좋지 않은데 반드시 출루가 필요할 때 몸쪽으로 오는 공에 살짝 몸을 갖다대는 경우가 간혹 있다. 공을 받는 포수가 그런 타자의 행동을 보고 주심에게 항의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