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덕아웃 분위기는 8개 구단 통틀어 최고임에 틀림 없다. 3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비로 경기 시작이 지연되자 LG 김기태 감독이 머리를 짧게 자른 윤요섭을 앞에두고 "비나이다! 비나이다!"를 외쳐 덕아웃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김기태 감독이 빈것이 연승이었을지 아니면 이날 경기가 비로 취소되길 빌었을지 궁금해진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김기태 LG 감독(43)은 선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걸 금기시한다. 최근 국내 야구판에선 LG 선수 몇 명을 두고 트레이드 소문이 무성했다. 김 감독은 "나에게 트레이드 얘기가 들어온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보강하고 싶은 취약 포지션도 선수들이 다 보고 있는데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LG가 이번 시즌 초반 선전하다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하위권(7위)으로 떨어진 건 감독 책임이라고 했다.
작전은 감독이 짜지만 그라운드에서 뛰는 건 선수다. 따라서 선수 사기가 떨어지면 감독이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소용이 없다. 특히 선수들의 개성이 뚜렷한 LG는 그렇다. 그래서 김 감독은 더욱 선수들과 관계 설정에 세심한 신경을 쓴다.
자신을 향한 팬들의 쓴소리에는 일단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선수들을 향한 비난에는 방패막이가 되려고 한다. 김 감독은 구단 관계자들에게도 "선수를 보호해달라"는 주문을 자주 한다.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 LG 사령탑에 올랐다. 아직 초보 사령탑이다. 나이도 43세로 8개 구단 감독 중 가장 젊다.
팀 성적이 곤두박질 치면 감독들은 그 잘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 그런데 김 감독은 아직 그 빠지가 쉬운 오류를 범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LG 선수단 분위기가 아직 절망할 단계는 아니다. 다시 치고 올라갈 힘을 낼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3김(김응용 김성근 김인식)' 감독들은 각자의 독특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휘어잡았다. 하지만 요즘은 감독의 위엄으로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지도자가 사라졌다. 선동열 KIA 감독 정도다.
재주를 부려야 하는 선수들이 예전과는 달라졌고, 그들을 움직여 성적을 내야하는 감독의 용병술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