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순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이 일관되게 말한 것이 있다. "시간이 없다." 한화 선수들의 기량과 마음가짐을 프로야구 개막 이전까지 일정 수준 위로 끌어올릴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 막상 한화를 맡고보니 생각 이상으로 선수층이 얕고, 아픈 선수가 많았기에 이런 말을 한 것이다.
23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의 훈련이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46명, 총 69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고 15일부터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 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23.
이후 40여 일 동안 김 감독과 한화는 '휴식'이라는 걸 몰랐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강도높은 훈련을 거의 매일 빼먹지 않았다. 김 감독 역시 노구임에도 쉬지 않았다. 선수들의 훈련을 앞에서 이끌었다. 펑고를 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힘을 길렀다. 그렇게 이어진 40일. 김 감독은 "온 몸이 안 아픈데가 없다"고 했다. 선수들 역시 피로감이 절정으로 올라와 있는 상태.
하지만 여전히 김 감독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25일 휴식일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야수조와 투수조 대부분을 훈련에 투입했다. 한화 스프링캠프에서 원래 '휴식일'은 큰 의미가 없다. 표면적으로는 '4일 훈련-1일 휴식'의 일정이지만, 휴식일이라고 해서 선수들이 온전히 쉬는 건 아니다. 대부분 오전에는 쉬고, 오후 2시쯤부터 훈련 스케줄이 이어진다.
그래도 이전까지 '오전 휴식'은 보장됐다. 하지만 25일은 달랐다. 정규 훈련일과 다를 바 없었다. 아침 9시에 호텔에서 출발해 계속 훈련이 진행됐다. 김 감독은 "남은 캠프 기간이 5일 밖에 없어서 훈련을 해야 했다"면서 "그래도 팀의 골격은 만들고 가야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날 훈련 후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뜻밖의 말을 꺼냈다. 훈련 후 선수단 미팅을 소집해 "서두르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 훈련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 달여 전부터 강조해 온 김 감독이다. 조금이라도 서둘러야만 부족한 시간을 메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서두르지 말라"는 말을 했다. 왜 일까.
김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분명히 지금 우리에게 여유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두르다가는 오히려 일이 안될 수 있다. 다칠 수도 있고. 중요한 거는 순간 속에서 집중하는 것이다. 순간을 흘려보내지 말고, 그 안에서 집중하면 달라질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과 비슷한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예정된 날은 꾸준히 가까워진다. 그걸 의식해서 조급해하다보면 훈련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훈련 막바지에 이르러 김 감독은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화 선수단은 3월3일에 귀국한다. 캠프 종료까지 남은 훈련 기간은 이제 단 5일. 김 감독은 이 기간을 '복습과 재정비'의 시간으로 삼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을 다시 한번 복습해서 한국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복습의 시간에 가장 필요한 건 결국 집중력이다. 김 감독의 "서두르지 말라"는 말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