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캡틴' 김태균, 집중견제의 해법은?

최종수정 2015-03-30 11:05

'캡틴'이 외롭다. 원래 리더의 위치라는 게 외롭다지만, 이건 차원이 좀 다르다.

한화 이글스 주장이자 4번 타자인 김태균(33)은 타석에 나올 때마다 외로워진다. 시즌 초반 앞뒤 타자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 그래서 상대 투수들의 집중 공략을 홀로 받아낼 수 밖에 없다. 현재 한화 타순에서는 김태균만한 장타력을 지닌 인물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29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릴 2015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2회초 무사서 한화 김태균이 볼 넷을 얻어내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3.29.
김태균은 28~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 2연전에 모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홈런은 커녕, 단 1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8타석 3타수 무안타, 타율 제로에 1득점. 2경기에서 김태균이 남긴 성적이다. 한 팀의 '4번타자'로서 매우 초라한 성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해둘 게 있다. 넥센과의 2연전 내용을 보면 결코 김태균을 비난할 수 없다. '부진'이라는 평가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결과는 넥센 배터리, 더 나아가서는 염경엽 감독의 집중적인 견제에 의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김태균이 이틀간 8타석에 나왔지만, 정작 제대로 승부한 것은 3번 뿐이다. 그 세 번의 승부에서 삼진 1개, 범타 2개를 기록했다. 대신 볼넷은 무려 5개나 얻어냈다. 이런 지표들은 바로 넥센 배터리가 극단적으로 김태균과의 정면 승부를 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자가 있든 없든, 정면승부는 드물었다.

결과적으로 김태균은 타석에서 외롭게 '견뎌야만' 했다. 상대가 승부를 피한다고 해서 유인구에 배트를 휘둘러서는 안된다. 그게 바로 넥센이 원하는 결과다. 김태균은 상대의 유혹을 참고 견뎠다. 그러면서 뛰어난 선구안을 활용해 5개나 되는 볼넷을 골라냈다. 이건 또 다른 형태의 '팀 배팅'이나 다름없다. 칭찬받아 마땅하다. 아마도 타석에서 김태균은 끓어오르는 부아를 가라앉히기 위해 부던히 애 썼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김성근 감독(73)도 파악하고 있다. 김 감독은 28일 경기를 복기하면서 "넥센 배터리가 김태균의 매 타석마다 볼배합 패턴을 바꾸더라. 무지 경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균에 대한 상대의 집중견제는 이미 김 감독이 예상했던 수다. 넥센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화를 만나는 모든 팀의 '제1 경계대상'은 김태균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타순 조정으로 상대의 견제를 분산하거나, 타자 스스로 극복하는 수 밖에 없다.


29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릴 2015 프로야구 넥센과의 경기에 앞서 한화 김태균이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3.29.
그런데 현재의 한화로서는 전자의 방법, 즉 '견제 분산하기'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집중견제를 받는 선수의 앞이나 뒤에 있는 타자들이 함께 맹타를 휘두를 경우 자연스럽게 견제가 분산될 수 있는데, 지금의 한화에는 이런 역할을 맡아줄 타자들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개막전 4안타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나이저 모건은 29일에는 3번으로 김태균 앞에 나왔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날 5번이었던 김회성 역시 3타수 무안타. 견제를 분산해주기에는 부족했다.

그나마 타격감이 좋은 김경언은 정근우가 턱골절상에서 아직 완벽하게 회복되지 못한 탓에 테이블세터진에 나서는 게 효율적이다. 29일 넥센전때 리드오프를 맡아 2번 이용규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 증거다. 장타력이 있는 송광민은 어깨 통증이 생겨 개막 2연전에 나오지 못했다. 송광민이 돌아오면 타순은 조정이 가능하다.


결국은 다시 또 김태균을 믿는 수 밖에 없다. 모건과 김회성의 분발도 중요하지만, 역시 가장 빠르게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건 김태균 스스로 상대의 견제를 깨트리는 것이다. '김태균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국가대표 4번타자이자, 팀의 '캡틴'으로서. 기술과 정신력은 이미 김태균에게 차고도 넘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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