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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강정호(28)가 메이저리그 문을 활짝 열어젖힌데 이어, 올해는 박병호(29)가 사실상 미국행 티켓을 뽑아들었다. 넥센 히어로즈의 4번 타자 박병호는 올시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몰고 다닌다. 시즌 내내 그랬지만 후반기에 들어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 강정호의 소속팀 피츠버그를 비롯해 워싱턴 내셔널스, 텍사스 레인저스가 특히 꼼꼼하게 박병호를 체크하고 있다고 한다.
첫 해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고 중심 타자로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 강정호가 박병호를 잡아 끄는 모양새가 될 것 같다. 지난 겨울 강정호에 쏠린 관심에 물음표가 담겨 있었다면, 올해 메이저리그가 박병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명징하고 직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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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어디를 가나 야구는 똑같다'는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 새로운 리그에서 안착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적응이다. 한 번도 상대해보지 못한 투수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리그와 팀 분위기를 파악해 녹아들어야 한다. KBO리그를 보면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은 선수가 실패하기도 하고, 마이너리그 출신 선수가 성공하는 예가 많다.
박재홍 위원은 "박병호가 첫해에 적응에 성공해 꾸준히 출전만 할 수 있다면 20홈런 이상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피츠버그 언론은 리그 수준, 투수력 차이를 감안해 30홈런을 예상했다.
적응력을 갖췄는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멘탈에서 박병호도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지난해 박병호는 시즌 중후반까지 강정호와 치열한 홈런 경쟁을 했다. 팀 후배와의 경쟁이 상당히 불편했을 것이다. 실제로 두 선수가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해도 어색한 장면도 있다. 강정호가 "(박)병호형은 홈런 스윙을 갖고 있지만, 난 홈런타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는데, 후배보다 선배가 심적인 부담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경쟁을 통해 박병호는 위축된 게 아니라 한단계 도약했다. 2012년 31홈런, 2013년 37홈런을 때린 박병호는 지난해 52개를 터트렸다. 30홈런대에서 바로 50홈런대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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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가 미국으로 떠난 올해 박병호는 내부 경쟁자가 아닌 NC 다이노스의 에릭 테임즈, 또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일시적인 슬럼프가 있었지만 흔들림없이 페이스를 유지해 제길을 걸었다. 몇 년 전 메이저리그에 롤모델이 있냐는 물음에 박병호는 "조쉬 해밀턴"이라고 했다.
그동안 둘을 지켜본 염경엽 감독은 "기본적으로 강정호와 박병호 모두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는데, 기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조금 있다"고 했다. 강정호에 비해 박병호가 좀 더 세심하다고 했다.
경기가 잘 안풀리거나 부진했을 때 강정호는 바로 훌훌 털어내는 성격이다. 길게 마음에 두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스타일이다. 운동선수로서 바람직한 모습이다.
반면 박병호는 책임감이 강해 주어진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자책할 때가 있다. 중심타자, 4번 타자, KBO리그 최고의 홈런타자라는 자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이런 성격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이런 면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또 강정호에 비해 디테일한 면에서 강점이 있다.
박병호가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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