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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하지만 단기전 정석은 정규시즌 성적을 잊는 것이다. 여러 변수를 체크하고 선수가 투입돼야 한다. 이 말인 즉슨, 김 감독의 선택이 단순히 정규시즌 성적만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기선제압이 중요한 1차전.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는 이름값과 힘이 필요했다.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2, 3차전 젊은 박건우 지명타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재미를 못봤다. 큰 경기 베테랑이 꼭 필요하다는 말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여기에 덕아웃 분위기를 더욱 힘차게 끌어갈 수 있는 동력도 됐다. 시합에 나가지 못해 약간은 의기소침했던 홍성흔은 1차전을 앞두고 선발 라인업에 포함하자 의욕에 넘치는 모습이었다. 두산은 홍성흔이 신이 나야 전체가 사는 팀이다.
김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1회 2점을 만든 정수빈-허경민 테이블세터와 3회와 7회 홈런 2방을 터뜨린 민병헌의 활약도 빛났지만, 3-0 상황서 상대 기를 꺾는 홍성흔의 홈런도 중요했다. 특히, 상대 선발 에릭 해커의 초구 커브 실투를 받아치는 노련함은 홍성흔 만이 발휘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타석 극단적인 바깥쪽 슬라이더 승부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한 홍성흔이 두 번째 타석 초구에 변화구 타이밍을 잡고 타석에 들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커브는 노리지 않는한 장타가 나오기 힘든 구종.
6회초 무사 1루 상황서 초구에 상대 허를 찌르는 기습 희생번트를 댄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전 타석 홈런을 때린 중심타자가 초구에 번트를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홍성흔은 4-0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큰 경기 이 상황에서 추가되는 1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