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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타격(B) 수비(F) 주루(R) 피칭(P)으로 세분화, 요점을 정리했다.
[PS포인트-R(주루)]
사실 8회 오재원의 솔로홈런이 나올 때만 해도 NC는 역부족 같았다.
이유가 있었다. 플레이오프 직전 두산과 NC의 전력을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스피드였다.
NC의 시즌 도루 갯수는 204개다. 두산 111개에 비해 큰 차이가 있었다. 그 중 NC의 돌격대장은 박민우다. 무려 46개로 팀내 최다 도루를 기록했다.
결국 두산 투수진은 NC의 테이블 세터진 김종호와 박민우의 주력을 어떻게 봉쇄하느냐가 관건이었다. 1점 싸움인 포스트 시즌에서 이들의 기동력은 확실히 위력적인 무기였다.
하지만 두산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준플레이오프. 적극적 주루 플레이를 펼치는 넥센을 맡아 매우 효율적인 대처를 했다. 맥을 끊는 견제와 2루 송구로 넥센의 기동력에 반격을 가했다.
특히, 장원준은 확실한 특기가 하나 있다. 그는 주자 견제를 매우 효율적으로 한다. 일단 좌완이다. 1루 주자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독특한 투구 폼이 있다. 그는 세트 포지션에서 투구폼이 와일드하지 않다. 매우 세련되면서도 정돈된 폼이다. 오른다리를 살며시 드는 찰나에 그의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직선으로 다리를 들고 투구를 하는데, 이때 견제동작으로 순식간에 전환할 수 있다.
투수의 마운드에 각각 1루 베이스와 포수 위치에 선을 그어보자. 두 선의 각도는 90도다. 여기에서 투구 시 들게 되는 오른 다리가 45도 이상 이동하지 않으면 견제구를 던질 수 있다. 보크가 아니다.
장원준은 그런 견제를 가장 잘하는 투수다. 6회 2사 1루 상황에서 테임즈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때 적극적 스킵동작을 취하던 박민우는 1루에서 역동작에 걸리며 어이없이 견제사를 당했다. 장원준의 주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하지만 NC는 완벽한 반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8회 지석훈의 천금같은 동점 2루타가 터졌다. 그리고 김태군의 희생번트로 1사 주자 3루 상황.
마운드 함덕주는 2개의 볼을 던졌다. 이때 NC는 모든 것을 건 너무나 과감했던 스퀴즈 작전을 썼다. 위험했지만, 충분히 해 볼 수 있었다.
2B 0S 상황. 투수는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타이밍. 그리고 마운드 함덕주는 심하게 떨고 있었다. 강심장이지만, 경험이 부족한 두산의 필승계투조. 이런 심리 상태까지 고려하면, NC의 과감한 스퀴즈 작전은 태풍을 몰고 올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작전에 걸린 당사자였다. 지석훈은 함덕주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기 시작하자, 무조건 홈으로 파고 들었다.
이때 대타 김성욱이 갑작스러운 번트 동작을 하자, 놀란 함덕주의 변화구는 손에서 빠졌다. 결국 포수 위로 넘어가 버렸다. 지석훈은 그대로 홈을 밟았다. 결승점이 됐다.
NC 입장에서는 아이러니컬했다. 어이없는 견제사로 인해 흐름을 스스로 끊었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예상치 못한 스퀴즈 작전에 상대 실책을 유도했다. 적극적 주루 플레이를 계속 시도한 달콤한 결과물.
결국 NC는 시리즈 균형을 1승1패로 맞췄다. 너무나 불리했던 두산과의 기싸움을 원점으로 돌렸다. 원정인 잠실로 떠나지만, 흐름은 NC로 가까스로 돌려놓은 상태다. 결국 '스피드'가 시리즈의 판도를 바꿔놨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