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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변화다.
8일 삿포로돔에서 열리는 프리미어 12 개막전 일본전 선발 등판이 유력한 김광현이다. 이날 보여준 그의 투구 변화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일본전 호투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을까. 일단 느낌은 괜찮다.
150㎞를 육박하는 패스트볼과 그의 '명품' 슬라이더. 타자들이 적응하기 힘든 와일드한 폼과 높은 타점에서 형성되는 릴리스 포인트까지.
그의 슬라이더가 명품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의 투구폼과 연관이 있다. 보통 슬라이더는 옆으로 휘는 구종이다. 그런데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옆으로 휘면서 아래로 떨어지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내려꽂으면서 비틀어 던지기 때문에 생긴 궤적의 변화다. 그렇다고 옆으로 휘는 각도와 아래로 떨어지는 낙폭이 매번 일정할 순 없다. 결국 타자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의 슬라이더에 적응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그에게는 세부적 약점이 있다. 일단 제구 자체가 완벽하진 않다. 계속 나아지고 있고, 결정적 약점도 아니다. 그러나 제구로 승부할 수 있는 핀-포인트 컨트롤을 지닌 것은 아니다.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일본 타자들에게 공략당할 수 있는 포인트다. 하지만, 와일드한 폼에 나오는 숙명적인 '약점'이기 때문에 단기간 나아지긴 힘들다.
일본전에서 김광현이 고심하는 부분은 단순한 구종이다. 그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위주다. 4일 경기에서도 38개의 공 중 대부분을 속구와 슬라이더로 구성했다.
그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2009년 WBC 1라운드에서 1⅓이닝 7피안타 8실점을 기록했다. 당시 일본 타자들은 뛰어난 커트 능력을 앞세워 슬라이더만 철저히 노리면서 김광현을 괴롭혔다. 결국 1회 우치가와에게 2타점 적시타, 2회 무라타에게 스리런포를 맞으며 무너졌다.
때문에 김광현은 4일 공식 인터뷰에서 "체인지업과 커브를 간간이 섞었는데, 두 개의 체인지업이 빗맞은 안타가 됐다. 하지만 기분이 괜찮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식적인 슬라이더 구속 변화
하지만, 이날 가장 강렬한 인상은 여전히 슬라이더에서 나왔다.
일단 기록지에 찍힌 슬라이더의 구속 폭. 최고 142㎞에서 최저 127㎞까지 나왔다.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올 시즌 중에도 이런 슬라이더 구속 폭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김광현은 경기가 끝난 뒤 "일부러 구속의 변화를 줬다"고 했다.
그는 2010년부터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 피치의 한계를 느꼈다. 때문에 떨어지는 새로운 구종을 익히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포크볼, 서클 체인지업 등을 연마했지만,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는 부작용도 있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여전히 그가 구사하는 체인지업과 커브는 절체절명의 순간, 믿음이 가는 구종은 아니다.(물론 두 구종을 구사하는 것은 매우 이득이다. 그만큼 김광현이 새 구종 장착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결국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정교한 일본 타선을 넘어야 한다. 김광현은 2009년 1회 철저히 슬라이더 노림수에 당했다. 2회 무라타에게 약간 느린 슬라이더에 스리런 홈런을 맞았는데, 문제는 그 슬라이더 자체가 매우 밋밋하게 들어갔다. 즉, 구속을 떨어뜨린 슬라이더의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는 임기응변식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좀 달랐다. 마치 두 가지의 구종 같았다. 130㎞ 후반대의 슬라이더는 매우 예리하면서 짧은 각을 형성했다. 최고 142㎞가 찍힌 공은 마치 커터와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반면 120㎞ 후반대의 공은 커브와 매우 헷갈릴 정도로 낙폭이 컸다. 마치 김광현의 팀동료 박희수의 '투심성 체인지업'을 연상시킨다. 서클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박희수는 짧고 예리하게 떨어지는 130㎞대, 느리면서 좀 더 각도있게 떨어지는 120㎞대 서클 체인지업을 섞어 던진다.
결국 김광현의 변화는 슬라이더가 커브의 효과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즉, 그의 구종 자체가 늘어난다. 당연히 일본 타자들의 선택지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광현의 변화가 느낌이 괜찮은 이유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