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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12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믿는 구석'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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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 선발 루이스 페레스는 2011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중간계투 요원이었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주로 선발로 활약했다. 그는 140㎞ 후반대의 패스트볼과 예리한 슬라이더가 일품이었다. 최고 151㎞까지 찍였다.
한국 타선은 6회까지 1안타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5개의 탈삼진을 당했다. 슬라이더에 주로 당했지만, 기본적으로 페레스의 강속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2경기는 마치 포스트 시즌에 나선 최정예 에이스급 투수에 타선이 봉쇄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결국 패스트볼의 힘 대결에서 한국 타선은 패한 것이었다.
태평양급 스트라이크 존
일본전에서 무득점은 이해할 만하다. 오타니는 현 시점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너끈히 선발 10승은 할 수 있는 괴물.
하지만 도미니카전 6회까지 빈공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날 양팀 타자들은 어이없는 미소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우가 많았다. 어이없이 낮은 공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여러차례 받았다. 하지만 '일관성'은 있었다. 양 팀 모두 투수에게 행운을, 타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갔다.
여기에서 공통점은 태평양급 스트라이크 존이었다. 전통적으로 일본은 성냥갑을 세로로 세운 모양, 한국은 가로로 세운 모양이라고 스트라이크 존을 묘사한다. 이날은 성냥갑을 세로와 가로로 모두 세운 영역을 포함했다.
마치 네모를 최대한 부풀여 놓은 듯 했다. 결국 한국야구 특유의 세밀한 커트 능력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파워를 앞세운 한 방, 혹은 철저히 계산된 노려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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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분석은 기본이다. 상대 투수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안타를 칠 확률은 높아진다. 국내리그에서는 주요 투수들이 볼 배합은 물론, 세밀한 습관과 슬라이드 스텝까지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국내 무대에서도 타격이 뛰어난 팀들이 낯선 투수에게 빈타에 허덕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반면 습관이 노출된 투수에게는 놀라울 정도의 적응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타석과 타석 사이에 투수의 정보를 공유, 철저하게 계산된 노려치기가 빛을 발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과도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낯선 투수에 대한 적응력은 떨어질 수 있다.
국제무대 역시 마찬가지다. 분석이 쉽지 않다. 기본적인 스카우팅 자료는 있지만, 실제적 분석자료를 얻기는 쉽지 않다.
결국 경기를 치르면서 파악하고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강력한 파워피칭을 구사하는 투수들에게는 더욱 힘들다. 한 야구 관계자는 "파워와 기본기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는데, 상대적으로 한국 타자들이 약한 부분"이라고 했다. 여기에 또 하나, 포스트 시즌의 후유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의 야수들이 주전 라인업에 3명이 포함된 상황. 게다가 재팬시리즈 이후 곧바로 합류한 이대호 역시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다.
결국 한국은 도미니카 선발 페레스가 내려간 뒤 타선이 폭발했다. 7회 이대호의 역전 투런홈런, 8회 집중 6안타로 5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여러가지 요소로 인해 한국은 16이닝 무득점 기록이 나왔다. 반등의 기틀은 마련했지만, 좀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