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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빛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공 던지는 게 좋습니다."
-처음 스프링캠프에 참가해보니 어떤가.
정말 중요한 걸 배웠다. 스프링캠프는 철저한 계획 속에 훈련을 해야한다는 것을 말이다. 내 몸상태를 내가 알아서 계획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준비 없이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조범현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가 '조무근의 페이스가 그렇게 좋지 않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수긍하며) 경험이 없어 너무 빠르게만 달려오다 보니 조금 힘든 부분이 있다. 다행인 건 아파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시범경기와 개막에 맞춰 몸을 잘 만들어보겠다.
정말 번개같이 지나간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즐겁고 기쁜 일을 하면 시간이 빨리 가지 않나. 야구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사실, 시즌 개막 전에는 내가 1군에서 공을 던질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스프링캠프도 못간 선수였다. 그런데 1군 첫 선발 등판을 마치고 '조금만 더 힘을 끌어올리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때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하며 없는 힘도 다 짜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확실히 공에 힘이 생겼다. 고등학교(상원고)를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덩치만 컸지, 공이 매우 느렸다. 대학 때도 공이 빠르지 않았다. 그저 '덩치가 있으니 잘 다듬으면 좋아질 수도 있겠다' 정도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kt에 입단하게 된 것 같다. 조범현 감독님, 정명원 투수코치님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 특히, 전병호 코치님이 기술을 넘어 정신적인 개조를 많이 시켜주셨다.
-'조무근 슬라이더'는 지난해 프로야구 최고 히트상품이었다.
상대팀 타자 선후배들이 해주시는 말씀이 '네 슬라이더는 직구와 똑같은 궤적으로 들어오다 빨라 가라앉아 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구속 차이가 조금 나도, 공이 들어가는 궤적이 같으면 타석에 있는 타자 눈에는 직구와 변화구를 판가름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보통 슬라이더는 횡으로 휘는데, 내 슬라이더는 종으로 떨어진다.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던지며 나만의 방법을 터득한 결과다. 열심히 연습해왔다.
-국가대표로 프리미어12에 출전하는 영광도 누렸다.
야구를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을 갖게 한 계기였다. 계속 그 일원이 될 수 있게끔 말이다. 대표팀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팀 위주로 짜여진 훈련을 주로 소화한다. 그런데 대표팀에 계신 선배님들은 모두 자기 관리를 위한 개인 운동을 철저히 하시더라. 정대현(롯데 자이언츠) 선배님을 필두로 모든 선수들이 끊임없이 야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운동을 알아서 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대표팀 첫 등판임에도 불구하고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불펜에서 몸을 풀 때는 엄청 떨렸다. 그런데 마운드에 올라가니 긴장이 풀리더라. 첫 타자가 일본 강타자 나카타 쇼(니혼햄 파이터스)였다. 타석에 선 그 선수의 모습을 보니 오히려 '재밌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결과는 삼진이었다. 조무근은 한국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⅔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올시즌도 불펜 마당쇠 역할을 할 전망이다. 프로 선수라면 선발, 마무리 등 더 멋진 보직을 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진짜 거짓말 아니다. 보직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그저, 1군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게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선발로 던지라면 그에 맞춰 준비할 것이고, 마무리로 던지라면 그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기는 경기에 2~3이닝 투구도 가능한 마당쇠 역할이다. 이 역할도 좋고 잘해낼 수 있다. 아직은 더 열심히 해, 더 확실히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차후 내 보직도 어떤 방향으로든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그저 공 던지는 게 좋다.
샌버나디노(미국 캘리포니아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