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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C'를 강조한 힐만 감독, 어떤 처방으로 SK를 구할까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2-12 23:32


SK 힐만 감독 스포츠조선

사진제공=SK 와이번스

2017시즌 SK 와이번스의 최대 관심사는 외국인 사령탑 트레이 힐만(54)이다.

SK 선수단은 현재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1차 스프링캠프 중이다. 최 정, 정의윤 등 주축 선수들은 전지훈련 출국에 앞서 "선수들이 아직 감독님을 잘 몰라서 더욱 기대가 되는 시즌이다"고 말했다. 지금 SK 선수들은 힐만 감독과 서로 알아가는 중이다. 감독이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동시에 선수들도 힐만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스타일을 파악하는 단계다.

SK 구단은 최근 몇년간 침체된 성적에 자극을 주고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외국인 감독을 발탁했다. 힐만 감독은 미국 MLB와 일본 NPB를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지도자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그가 나고 자란 미국에선 감독으로 이렇다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 퍼시픽리그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5시즌 지휘봉을 잡으면서 두 차례(2006년과 2007년) 퍼시픽리그 우승했다. 2006년엔 니혼햄 창단 이후 두번째 재팬시리즈 우승과 아시아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를 만났던 야구인들은 "힐만은 인간적으로 신사답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이다"고 말했다. 아직 그가 2017시즌에 펼쳐보일 야구 스타일에 대해선 확실하게 드러난 게 없다. 일부에선 "미국과 일본 야구를 경험했기 때문에 동서양의 장점을 두루 가져올 것이다"고 예측한다.

힐만 감독의 리더십이 살짝 드러나는 장면이 나왔다. 그는 약 2주간 선수단과 함께 생활한 후 올해 선수들을 대표할 주장으로 '가을 사나이' 박정권을 선임했다. 박정권은 2012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캡틴'이 됐다.

그는 주장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 그 과정을 매우 '디테일'하게 가져갔다. 먼저 코칭스태프, 베테랑 선수, 중간급, 신진급 선수들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지금 SK 와이번스에 필요한 주장을 물색했다. 그는 SK 주장이 갖춰야할 요건으로 '4C'를 정했다. '선수들을 잘 돌볼 수 있어야 하고(Caring)', '때로는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며(Courageous)',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성 있게 행동해야 하고(Consistency)', 이를 모두 실행하면 선수단 내부에 '믿음(Credibility)'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박정권의 성품을 상당 부분 잘 읽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처럼 힐만 감독은 자신의 중요한 결정에 그럴만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한다.

또 이 결정 이후 선수단에 알리는 과정도 그냥 통보하는 식이 아니었다. 선수들에게 사전 공지없이 모이게 한 후 깜짝 공개했고 또 자비로 구입한 선물까지 전달했다.


이런 과정은 KBO리그에선 흔치 않은 모습이다. 분명히 선수단에 흥미를 주는 동시에 동기부여가 된다.

힐만 감독은 동양 야구와 문화를 이미 한 차례 길게 맛봤다. 일본에선 선배 지도자 보비 발렌타인 감독이 지바 롯데 사령탑으로 어떻게 성공하는 지를 벤치마킹했다. 힐만 감독은 2006시즌 정상에 오른 후 팬들을 향해 '믿기지 않는다'는 소감을 일본어로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현지 팬들이 뭘 좋아하는 지 알고 행동한다.

그러나 힐만 감독이 계약 기간 2년 동안 SK 선수들과 어떤 성적을 낼 지에 대해선 속단하기 이르다. SK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2010년이었다.

힐만 감독이 니혼햄에서 정상에 설 때 그 팀에는 확실한 에이스 다르빗슈 유(현재 텍사스)가 있었다. 또 야수 쪽에서 이나바 아쓰노리,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오카지마 히데키 등도 있었다.

올해 SK 선발 로테이션에는 토종 에이스 김광현(팔꿈치 수술)이 빠져있다. 2016시즌 보다 확실하게 전력이 보강된 부분은 없다. 새롭게 외국인 투수 스캇 다이아몬드와 타자 대니 워스가 들어왔다. 아직 둘다 미지수다.

SK는 2016시즌 6위로 '가을야구'를 못 했다. 올해 선수단에 눈에 확 들어오는 전력상승 요인이 없다. 힐만 감독에 이어 넥센 히어로즈 감독 출신 염경엽 단장이 가세한 건 가장 큰 변화다. 힐만 감독의 지도력이 조만간 첫 시험대에 오른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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