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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만에 나타난 홍성흔은 살이 꽤 빠져 있었다.
홍성흔은 "지난 2월에 미국으로 넘어가 샌디에이고 루키팀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식은 아니지만 인턴 코치로 포수랑 타격 파트를 맡아서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구단에서도 노력을 했지만 박찬호 선배가 그 팀을 알아봐주셔서 소개로 진행을 하게 됐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코치들은 4시반부터 일어나서 웜업에 참여해서 선수들 훈련시키고 메이저랑 마이너 차이를 엄격하게 두더라. 훈련량도 엄청 많고 선수가 원하면 코치는 또 원하는 만큼 해줘야 한다"고 했다. 선수 시절보다 체중이 줄만도 했다.
그래도 미국 가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홍성흔은 "(영어가)난 제자리인 것 같은데 박찬호 선배가 와서 보고는 '너 적응력 하나는 끝내준다'는 말을 들으니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다. 3개월 정도 공부했고, 우리 용병 제도가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니퍼트, 에반스, 이전에 우즈 등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해서 빨리 적응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두산 감독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그것은 하늘에서 내려줘야 하는 것이다. 은퇴한 많은 선수들이 감독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제의가 온다면 당연히 할 의향이 있고 도전해보고 싶다"면서 "감독도 열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같이 뛴다는 마음으로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 11월 홍성흔 은퇴 소식이 나오면서 방송사에서 제안이 쏟아졌다고 한다. 평소 원만한 인간관계와 뛰어난 언변, '끼'를 고려했을 때 방송계로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홍성흔은 "방송 쪽에서 정말 많은 콜이 왔다. 서장훈씨, 안정환씨처럼 MC 자리도 주겠다는 데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연예계 생활을 선택한다면 마음이 너무 불편할 것 같더라. 여태까지 야구했던 사람이고 선수들하고 땀흘리면서 하는게 마음이 편하다. 해설도 코치 도전 때문에 미뤄뒀다"고 했다.
홍성흔은 "1999년 신인상, 2001년 내가 포수로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에 있었던 것, 2015년 선수들과 함께 또 우승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2000안타를 쳤다"면서 "팬들의 사랑을 먹고 여기까지 왔다. 실력으로 왔다고 생각 안한다. 선수 생활을 연장하면 팬들의 사랑을 더 잃을 것같다는 생각에 (은퇴를)결정했다. 마지막까지 여기서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