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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터 던지는 것을 보라고 했다."
하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한 시즌 내내 잘하기는 힘들다.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투수들이 나타났다. 최원태는 시즌 두 번째 등판인 4월 9일 두산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이후 등판할 때마다 6~8이닝을 소화해 이닝이터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5월 21일 kt전에서 2⅔이닝 9실점하며 처음으로 5회 이전 조기 강판한 이후 지난 20일 한화 이글스전(5이닝 6안타 5실점)까지 최근 6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10.05의 부진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중 평균자책점 최하위다.
평균자책점 1위 임기영은 폐렴 증세로 지난 8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하루 전인 지난 7일 한화전에서 9이닝 5안타 무실점으로 데뷔 첫 완봉승을 거둔 직후다. 사실 김기태 감독은 지난달 20일쯤 임기영에게 한 차례 휴식을 주려고 했다. 헌데 5월 24일 한화전에서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치자 "휴식을 주고는 싶은데 아직 공에 힘이 있다. 빼기가 힘들다"며 고민의 흔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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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김 감독은 "KIA 헥터나 양현종이 던지는 것을 보라고 했다.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타자가 누구냐에 따라 완급조절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에서 일취월장한 투수는 롯데 박세웅이다. 박세웅은 올해가 풀타임 두 번째 시즌이다. 지난해 27경기에 선발등판해 경기운영 부분에서 혹독한 경험을 한 게 올해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고영표와 맞대결한 박세웅은 6이닝 7안타 1실점으로 시즌 8승째를 따냈다. 김 감독은 계속해서 고영표에게 선발 기회를 주며 이 부분에서 경험을 쌓게 할 생각이다.
비록 규정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1점대 평균자책점을 꾸준히 유지하던 임찬규는 지난달 7일 kt전에서 4⅓이닝 동안 3실점하면서 부진을 보이더니 18일 KIA전에서는 1회를 버티지 못하고 ⅔이닝 5실점하는 난조를 보였다. 함덕주 구창모 김원중도 등판마다 기복을 보이며 힘겨운 초여름을 보내고 있다.
반면 문승원은 이들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시즌 시작부터 로테이션에 포함돼 한 번도 자신의 순서를 거르지 않은 문승원은 최근 투구내용이 훨씬 좋다. 지난 8일 넥센전부터 20일 NC전까지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20일 경기에서는 9이닝 7안타 1실점으로 데뷔 첫 완투승을 올리기도 했다. 힐만 감독이 문승원에게 선발 기회를 꾸준히 준 이유가 이날 경기서 나타난 셈이다. 이닝을 끌고 가는 능력이 향상됐다.
이들 초보 선발투수들이 여름 들어 고전하는 것은 아무래도 체력과 경기운영에 관한 노하우가 부족한 때문이다. 그러나 시즌을 치르면서 고비를 넘지 못하면 진정한 선발로 성장할 수 없다. 승부는 이제부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