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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광주 NC 다이노스-KIA 타이거즈전. NC가 3-4로 1점 뒤진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1사 2루 찬스를 맞이했다. NC 벤치는 대타 강진성을 내세웠다.
아버지와 아들이 심판과 선수로 한 경기에 뛴다는 것. 얼핏 생각해도 불편한 관계다. 특히 심판은 특정 상황이나 장면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다. 혈육인 부자(父子)가 한 그라운드 위에 있다는 것만으로 보는 이에 따라 껄끄럽게 느낄 수도 있다. 아직까지 그런 상황은 나오지 않았지만, 만약 전혀 의도치 않은 판정 실수나 애매한 판단이 나올 경우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논란이 크게 증폭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특별한 규제나 제재 사항을 만들어두지 않고 있다. 전적으로 심판의 객관성과 판단 능력에 대한 신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야구계에 부자 지간이 드문 것은 아니다. 이종범 MBC스포츠+ 해설위원-넥센 이정후, 유승안 경찰야구단 감독-LG 유원상·kt 위즈 유민상 형제,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고있는 박철우 코치-박세혁 등 여러 부자가 있지만, 심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지난 2003년에는 김호인 현 비디오판독센터장이 구심으로 아들 김용우(당시 LG)의 경기를 진행한 것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같은 사례는 메이저리그에도 있다. 아버지 해리 웬델슈테트-아들 해리 헌터 웬델슈테트 3세가 주심과 선수로 같은 경기에 뛴 적이 있다.
누구보다 곤혹스러운 것은 당사자들이다. 심판조 일정 혹은 소속팀 일정을 당연히 따라야하지만, 가까운 관계이다 보니 표정 하나하나도 조심하는 입장이다. '가족이라서 봐준다' 혹은 '가족이라서 더 엄하게 본다'는 오해가 어떻게든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