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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라는 것이 이렇게 무겁다.
공항에 모인 대표팀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피곤한 얼굴이었다. 선수들은 도쿄에 도착한 이후 숙소에 짐을 풀면, 오후에 특별한 스케줄이 없기도 하고, 완전한 휴식이 보장된만큼 설레는 마음 반, 떨리는 마음 반으로 밤을 샜다. 친한 선수들끼리 삼삼오오 숙소방에 모여 이야기하느라 잠을 거의 못자고 공항에 왔다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느끼는 피로의 근원(?)은 달랐다. 선동열 감독은 '어제 잠은 잘 주무셨냐'는 질문에 웃으며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샌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특별한 추가 설명 없이 허허 웃었지만 충분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실 이번 APBC는 규모가 작은 대회다. 한국, 일본, 대만만 참가하는 이벤트성 성격이 짙고, 올해 처음 열리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모든 틀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만 24세 이하, 프로 3년차 이하라는 대표팀 선발 제한이 있기 때문에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한 대회도 아니다.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이제 갓 이름을 알리고, 눈도장을 찍은 선수들이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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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회의 규모와 관계 없이 한국 대표팀 나름대로 의미있는 첫 출발선이기도 하다. 대표팀은 그동안 국제 대회가 있을 때마다 사령탑을 임명하며 체제를 꾸려왔다. 최근에는 김인식 감독이 주로 맡았지만, 전년도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다음해 국제 대회 대표팀을 맡는 룰도 있었다.
하지만 KBO도 국가대표 전담팀이 필요하다는 갈증이 폭발했고, 선동열 감독이 전담 체제의 첫 발을 떼는 역할을 맡았다. 대표팀 전임 사령탑이 임명되면서, 선수 관리나 트레이닝, 팀 구성에 있어서도 이전보다 수월해졌다. 여러모로 새로운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시작인 셈이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합숙 훈련 기간도 짧았고, 시즌 종료 후 한달 이상 지나고나서 치르는 대회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2경기, 최대 3경기를 치르는 초단기전이라 실수를 만회할 기회도 없다. 코치들이 출국을 앞두고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이유다.
대표팀은 16일 첫 경기로 막을 연다. 상대는 가장 부담스러운 '숙적' 일본이다. 전력이 강해 이기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된만큼 최소 잘 싸우는 경기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태극마크가 더더욱 무겁고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도쿄=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