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진출 오타니, '혁명적인' 선수가 될 것인가

오타니 쇼헤이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되면서 예상 행선지와 가치 등에 관해 미국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ESPN은 오타니가 투타 양 부분에서 베이브 루스를 능가하는 혁명적인 스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포츠조선 DB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가 양 리그간 선수 이적에 관한 포스팅 룰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오타니 쇼헤이(23·니혼햄 파이터스)가 과연 어느 팀에 안길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유수의 언론들도 오타니의 가치 평가와 예상 행선지를 내놓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양 기구는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각) 포스팅 룰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이번 오프시즌 오타니에 대해서는 종전 룰에 따른 포스팅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타니를 데려가는 팀은 니혼햄 구단에 2000만달러를 이적료로 주면 된다. 또 오타니는 25세 미만의 외국 선수이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노사단체협약 규정상 마이너리그 계약을 해야 하고, 사이닝보너스는 구단별로 정해진 금액 이상은 받을 수 없다. '사이닝보너스 풀'은 텍사스 레인저스가 353만5000달러로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2년 뒤면 25세가 돼 1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할 수 있는 오타니가 경제적 수입을 희생해 가면서 이번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큰 무대에서 뛰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는 의미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투타 겸업을 원한다고 밝혀 지명타자를 쓰는 아메리칸리그 팀과 계약할 공산이 크다고 현지 언론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에서도 피칭을 하지 않는 날 외야수로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오타니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결론이 난다고 봐야 한다.

이런 가운데 ESPN은 23일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오랫동안 투타를 모두 지배할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버스터 올니 기자는 '투수와 타자로서 오타니의 활약은 혁명적인(revolutionary)인 일이 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메이저리그 투타 겸업은 오타니의 도전이자 그를 데려가는 팀에게도 도전'이라며 '그 팀은 오타니가 투수와 야수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실행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142년 역사상 투수와 야수에 걸쳐 매일 출전하는 선수(everyday player)는 없었다는 게 올니가 내세운 근거다. 역대 투수와 타자로 모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베이브 루스가 꼽힌다. 하지만 루스도 동일 시즌에 마운드와 타석에서 각각 최고의 선수가 된 적은 거의 없다. 루스는 선수 생활 초기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투수로 활약했다. 1916년에는 1.75의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고, 1917년에는 24승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절 루스는 투수로 출전하는 날 타석에는 거의 서지 않았다. 1918년 주전 외야수로 출전하면서는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급격히 줄었다. 투타 모두 주목할 만한 성적을 거둔 시즌은 1919년이다. 그해 투수로는 17경기에 등판해 9승5패, 평균자책점 2.97을 마크했고, 타석에서는 130경기에서 타율 3할2푼2리, 29홈런, 113타점을 기록했다. 루스는 이듬해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면서 타격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 현역 메이저리그 감독은 ESPN과의 인터뷰에서 "투수와 타자로 모두 재능을 보인 선수는 그동안 꽤 있었다. 빅리그에서 활동중인 선수들은 대부분 타자로 시작해 투수에 집중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두 가지를 오랜 기간 성공적으로 병행한 선수가 없는 것은 그 일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고 했다.

올니는 '앤드렐튼 시몬스, 프레디 프리만은 아마추어 시절 90마일대 후반의 직구를 던진 유망주 투수였다가 프로 입단 후 타자로 성공가도를 달렸고, 팀 허드슨은 아마추어 시절 엘리트 타자였지만 프로 입단 후 통산 222승을 거둔 에이스로 활약했다'며 예를 들었다. 과거 1950~1960년대를 수놓은 스탠 뮤지얼 역시 투수로 시작했다가 타자로 전향한 뒤 3630안타를 때렸다. 1990년대 이후 내셔널리그에서 타자로도 소질을 나타낸 투수로 존 스몰츠, 톰 블래빈, 마이크 햄튼, 대런 드라이포트, 매디슨 범가너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선발등판하는 날에만 타석에 섰다.

오타니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투타서 모두 정규 출전하며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오타니는 NPB 통산 5시즌 동안 85경기에 등판해 42승15패,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했고, 타자로는 117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6리, 48홈런, 166타점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타자로 타율 3할2푼2리, 22홈런, 67타점을 마크하면서 투수로는 10승4패, 평균자책점 1.86을 올렸다. 투수로 커리어하이는 2015년으로 그해 15승5패, 평균자책점 2.24, 탈삼진 196개를 잡아냈다.

이같은 활약상에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것이다. MLB.com은 이날 'NPB에 따르면 오타니는 직구 최고 구속 164㎞(약 101.9마일)짜리 강속구에 공끝 변화가 심한 슬라이더, 오프스피드 피치 모두 최정상급'이라며 '2014년 미일 올스타전에서 메이저리그 주전타자 에반 롱고리아와 카를로스 산타나, 야시엘 푸이그가 오타니에 꼼짝 못하고 당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본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서도 정상급으로 활약한 노모 히데오, 마쓰자카 다이스케,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 등과 달리 오타니는 당장 내년부터 투-타서 새로운 형식의 스타로 주목받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기대감이다.
노재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