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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리턴, 넥벤져스 시즌3 탄생하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7-11-28 02:41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 스포츠조선DB.

일찍이 마블코믹스 월드에 어벤저스가 있었다면 KBO리그에는 '넥벤져스'가 있었다. 좋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창단 후 올 시즌까지 돌아봤을 때 넥센 히어로즈의 최고 전성기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2014년이었다. 당시 염경엽 감독이 이끌었던 넥센은 정규리그 128경기에서 78승48패2무를 거두며 0.5경기차로 삼성 라이온즈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3승1패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오른 넥센은 삼성과 다시 붙어 6차전까지 접전을 펼쳤으나 2승4패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당시 넥센의 팀 컬러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 바로 '넥벤져스'다. 서건창 이택근 강정호 박병호 유한준 김민성 등이 공포의 타선을 구축했다. 팀 장타율(0.509)과 팀 출루율(0.382) 팀 OPS(0.891) 팀 득점(841개) 팀 홈런(199개) 등에서 1위. 특히 당시 팀 홈런 199개는 최하위 LG(90개)와 차하위 한화(104개)의 팀 홈런 갯수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그야말로 막강 활력이었다.

그 중심에 있던 4번 타자가 바로 박병호다. 전경기에 나와 3할3리에 52홈런 124타점을 기록했다. KBO사상 네 번째 50홈런 고지를 밟았다. 박병호 이전에 50홈런 고지를 넘긴 선수는 이승엽(2회)과 심정수(1회) 뿐이었다. 박병호가 중심에 선 당시 넥센의 공격력은 역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이때야말로 '넥벤져스 시즌1'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화려한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넥벤져스 시즌1의 주축 가운데 박병호와 강정호는 메이저리그로, 유한준은 FA가 돼 kt로 각각 떠나며 사실상 넥벤져스 시즌1이 종료됐다. 하지만 빈 자리가 새로운 영웅들에 의해 채워진 것도 사실이다. 서건창과 김민성 이택근 등 시즌1 멤버가 버텨내는 동안 김하성 고종욱이 어엿한 주전으로 성장했고, '슈퍼루키' 이정후까지 가세했다. 예전의 파괴력에는 못 미쳐도 세대교체로 젊고 빨라진 '넥벤져스 시즌2'가 완성된 것이다. 넥센은 지난해와 올해를 이렇게 버텼다.

하지만 박병호의 리턴으로 넥센은 새롭게 '넥벤져스 시즌3'의 막을 올리게 됐다. 일단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의 실력을 보여준다는 가정은 필요하다. 박병호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넥센에서 연평균 37홈런-105타점을 기록했다. 2년간의 KBO리그 공백이 다소 우려되긴 해도 야구를 놓은 게 아니라 이 평균치가 어느 정도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새로 구성될 '넥벤져스' 타선은 정확성과 스피드에 장타력까지 보강할 수 있다. 올해의 넥센 타선은 팀 타율은 전체 2위(0.290)로 좋았지만, 팀 장타율(0.437)은 5위 그리고 팀 홈런(141개)은 8위에 그쳤다. 잘 치고 열심히 뛰어 장타를 만들어냈지만, 임팩트 강한 홈런은 부족했던 결과다. 박병호의 가세는 이런 팀 공격의 특성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 올해 12홈런-62타점을 생산한 채태인이 FA로 떠난다고 해도, 박병호가 이전의 평균 기록세만 회복한다면 충분히 공백을 메우고도 남는다. 최소 15~20 홈런과 30~40타점 정도의 가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듯 하다.

게다가 과거 시즌1에 비해 고종욱 김하성 서건창 이정후 등 기동력 있는 동료들이 늘어났다. 모두 두 자릿수 도루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박병호의 장타력이 더해진다면 새로운 스타일의 득점 루트를 만들 수도 있다. 결국 박병호의 리턴으로 재탄생한 '넥벤져스 시즌3'는 한층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인 공격 야구를 펼치게 될 듯 하다. 이들이 펼치게 될 야구가 벌써 궁금해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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