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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마블코믹스 월드에 어벤저스가 있었다면 KBO리그에는 '넥벤져스'가 있었다. 좋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중심에 있던 4번 타자가 바로 박병호다. 전경기에 나와 3할3리에 52홈런 124타점을 기록했다. KBO사상 네 번째 50홈런 고지를 밟았다. 박병호 이전에 50홈런 고지를 넘긴 선수는 이승엽(2회)과 심정수(1회) 뿐이었다. 박병호가 중심에 선 당시 넥센의 공격력은 역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이때야말로 '넥벤져스 시즌1'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화려한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넥벤져스 시즌1의 주축 가운데 박병호와 강정호는 메이저리그로, 유한준은 FA가 돼 kt로 각각 떠나며 사실상 넥벤져스 시즌1이 종료됐다. 하지만 빈 자리가 새로운 영웅들에 의해 채워진 것도 사실이다. 서건창과 김민성 이택근 등 시즌1 멤버가 버텨내는 동안 김하성 고종욱이 어엿한 주전으로 성장했고, '슈퍼루키' 이정후까지 가세했다. 예전의 파괴력에는 못 미쳐도 세대교체로 젊고 빨라진 '넥벤져스 시즌2'가 완성된 것이다. 넥센은 지난해와 올해를 이렇게 버텼다.
그렇게 된다면 새로 구성될 '넥벤져스' 타선은 정확성과 스피드에 장타력까지 보강할 수 있다. 올해의 넥센 타선은 팀 타율은 전체 2위(0.290)로 좋았지만, 팀 장타율(0.437)은 5위 그리고 팀 홈런(141개)은 8위에 그쳤다. 잘 치고 열심히 뛰어 장타를 만들어냈지만, 임팩트 강한 홈런은 부족했던 결과다. 박병호의 가세는 이런 팀 공격의 특성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 올해 12홈런-62타점을 생산한 채태인이 FA로 떠난다고 해도, 박병호가 이전의 평균 기록세만 회복한다면 충분히 공백을 메우고도 남는다. 최소 15~20 홈런과 30~40타점 정도의 가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듯 하다.
게다가 과거 시즌1에 비해 고종욱 김하성 서건창 이정후 등 기동력 있는 동료들이 늘어났다. 모두 두 자릿수 도루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박병호의 장타력이 더해진다면 새로운 스타일의 득점 루트를 만들 수도 있다. 결국 박병호의 리턴으로 재탄생한 '넥벤져스 시즌3'는 한층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인 공격 야구를 펼치게 될 듯 하다. 이들이 펼치게 될 야구가 벌써 궁금해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