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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니퍼트, 앤디 밴헤켄, 에릭 해커.'
단순 성적만 봐도 이 세 투수는 KBO리그에 큰 족적을 남긴 투수들이다.
하지만 나이와 기복은 이들에게 쓴 맛을 남겼다. 79년생 밴헤켄은 우리나이로 서른아홉, 81년생 니퍼트는 우리나이로 서른일곱, 가장 어린 해커가 83년생으로 우리나이로 서른다섯이다. 체력관리를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도 전성기는 지난 상태다. 그리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제구 난조도 자주 찾아오게 됐다.
하지만 넥센은 10월 하순 일찌감치 밴헤켄과 결별을 선언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해커에게 NC도 포스트시즌이 끝나자 곧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그리고 지난 26일 두산도 니퍼트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물론 두산은 외국인선수와의 재계약을 할 때는 연봉의 75%이상을 지급해야한다는 KBO규약을 피해가기 위해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고 다시 계약을 추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찌됐건 일단은 방출이다.
하지만 이들이게 아직 기회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들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검증됐다'는 것이다. KBO리그에서 뛰었던 경력이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활약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시즌 도중 방출되는 외국인 선수가 매해 등장하는 상황에서 검증된 선수라는 것은 꽤 큰 메리트다. 게다가 2선발급으로는 손색이 없는 실력에다 적절하게 낮아진 연봉도 이들을 매력적인 카드로 만들고 있다.
때문에 팀을 옮겨서라도 KBO리그에 잔류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아보인다. 니퍼트의 경우에도 쉽지는 않겠지만 두산보다 뚜렷이 많은 연봉을 제시하는 팀이 있다면 갑작스런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씹어먹었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투수들의 하락세, 승부의 세계는 이렇게 냉정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