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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KBO리그는 누군가에겐 유난히 춥다. 토종이든 외인이든 베테랑들이 줄줄이 퇴출,팀 전력 제외를 통보받고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도 나이를 기본으로 한 엄격한 잣대는 다르지 않다. 두산 베어스는 더스틴 니퍼트(36)에게 재계약 의사 표명을 하지 않았다. 재계약 통보를 하면 올해 연봉(210만달러)의 75% 이상을 보장해줘야 한다. 재계약 협상은 하지만 대폭 삭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타팀으로 이적해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앤디 밴헤켄(38)은 한때 20승 투수였고, 올해도 부상여파가 있었지만 8승7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넥센은 더 젊은 선수를 찾았다. 한화에서 뛰었던 에스밀 로저스(32)에게 150만달러를 안겼다. 시속 155km 강속구는 로저스의 '악동'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NC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34)도 자유계약으로 풀렸다. 2015년 19승(5패), 지난해 13승(3패), 올해 12승(7패)에 3년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을 올린 검증된 투수. 자기 루틴이 확실하고 까칠한 이미지가 있지만 개인주의 성향일 뿐이다. NC가 해커를 놓은 첫 번째 이유는 팔꿈치 부상 복귀 뒤 다소 떨어진 구위다. 내년에도 부상 가능성이 있고, 구위하락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는 내부판단이 결정적이었다. 나이를 감안하면 이닝이터로서 기대감이 떨어졌다.
이같은 바람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화수분 야구 원조' 두산 베어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144경기로 경기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부상 위험이 높은 고참급 선수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상위팀 하위팀 모두 같은쪽을 보고 있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수년간 리빌딩으로 팀을 개조했다. 10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한 한화 이글스 또한 내부 육성과 리빌딩의 장기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신진급과 베테랑의 적절한 조화가 최상이지만 여의치 않다면 전자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