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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면 칭송받고, 못하면 비난을 받는 것. 성적이 곧 가치인 프로야구 선수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선수가 언제나 잘 할 수만은 없다. 또 처음부터 성공 가도만을 걷는 선수도 극히 드물다. 대부분 시련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정상의 위치를 향해 나간다.
14일 현재 조상우는 평균자책점 4.60에 8세이브(2패)로 구원부문 공동 5위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블론 세이브가 무려 4개나 된다. KIA 김세현, 롯데 박진형과 함께 이 부분 공동 1위다. 마무리 투수에게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팀의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조상우의 블론세이브 4개는 곧 넥센이 눈앞에 왔던 4승을 놓쳤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약 4개의 블론 세이브가 온전히 세이브로 이어졌다고 가정하면 넥센은 현재의 20승22패가 아닌 24승18패를 기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정도면 당당히 선두 싸움에 도전장을 내밀어 볼 만한 승률이다.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일에 '가정'을 하는 건 무의미하다. 또한 지금의 조상우에게 '왜 이것 밖에 못했나'라고 비난하는 것도 지나치다. 왜냐하면 조상우가 올해 비로소 본격적인 마무리로써 첫 시즌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6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이후 불과 2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지금 최고 157㎞의 강속구를 던지며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너그럽게 봐줄 필요가 있다.
리그 홀드 부문 1위이자 0점의 평균자책점을 자랑하는 필승계투 김상수도 조상우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는 "나 역시 작년에 마무리로 나와 블론세이브도 여러 번 했었다. 그래서 마무리 보직이 얼마나 힘든 지 잘 안다. (조)상우도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서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격려와 신뢰는 조상우를 더욱 강하게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그 결과가 지난 13일 잠실 두산전의 1점차 세이브로 이어졌다. 이날 조상우는 1사 후 대타 김인태에게 2루타를 맞아 다시금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박건우와 김재환의 강타선을 연달아 삼진으로 잡으며 승리를 지켰다. 팀이 조상우에게 기대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이 모습이 계속 이어져야 하겠지만, 또 실패하는 모습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실패를 겪고, 좌절을 극복하며 그렇게 '클로저 조상우'가 커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